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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는 녹색 에너지보다 석유 확보에 더 관심 많아 놀랐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세션에서 곽승준(왼쪽) 미래기획위원장과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회사인 카자나 내셔널의 아즈만 목타르 대표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동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취리히에서 스위스 산골에 있는 스키 리조트 다보스로 향하는 밤길은 험했다. 눈발이 점점 거세어지는 가운데 우리가 탄 자동차는 곡예를 하듯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두 시간 만에 다보스에 도착했다. 이렇게 작은 산골마을에 세계 정상 37명을 비롯해 100여 개국 2500여 명의 세계를 움직이는 정·재계 인사를 한꺼번에 모으는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 포럼)의 힘은 상상 이상이라 할 수 있다. 다보스 포럼의 성공은 단순한 국제회의가 아니라 세계를 움직이는 최고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다자간 비공식 대화의 플랫폼을 마련함으로써 지식을 산업화시켰다는 점이다.

 다보스에 도착한 날 밤, 가장 먼저 접한 소식은 WEF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2009년 19위에서 2010년 22위로 떨어졌다는 평가 결과였다. 우리가 국격을 올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지만 세계의 평가는 우리에게 상당히 냉정했다. 특히 기업의 혁신과 금융발전도에서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은 한번 더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주제들은 중국의 부상과 이에 따른 동북아시아의 변화, 스마트TV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신산업, 그리고 에너지 문제 등이었다.

 첫 일정으로 중국의 고위층과 비공식 면담을 했다. 한 시간 정도의 대화를 통해 현재 중국의 상황과 변화에 대한 국내의 어떤 중국 보고서를 읽은 것보다 훌륭하고 생생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이번 포럼에서 가장 관심 있는 세션 중 하나인 ‘동아시아 세션(Insights on East Asia)’에 패널로 참석했다. 필자는 WEF 측으로부터 한국의 저출산·청년실업 문제 등에 관해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료를 준비했지만, 주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대본 없는 자유토론이 이어지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공무원에서 교수로 다시 돌아갔다. 그동안 정리해 왔던 많은 얘기를 했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다시 손자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많은 세계인이 ‘리얼리티 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고, 통신 발달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도 이젠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과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이 북한을 이전만큼 계속 지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의 발전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중국과 북한을 한 축으로 하고, 한국과 미국·일본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대결 구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아주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튿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자의 친동생이자 UAE 외교장관인 압둘라 왕자와 배석자 없는 단독 면담을 했다. 압둘라 왕자와는 아무리 바쁜 와중이라도 서로가 시간을 할애해 만남을 가질 만큼 이젠 정말 절친 관계가 된 사이다.

UAE 측은 자국에 파견된 우리의 특전사 부대원들을 ‘형제’로 부를 만큼 한국과의 백년 동반자 관계에 한층 고무돼 있었다. UAE가 가지고 있는 석유자원, 그리고 막대한 국부펀드와 우리의 우수한 인력과 기술이 합쳐지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

 오후에는 다시 다보스 포럼의 비공개 세션인 ‘에너지 서밋’ 세션에 주요 토론자로 참석했다. 세션은 인도네시아·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에너지 관련 장관급 정부 관계자와 세계 에너지업계 CEO 등 60여 명만이 청중으로 참석한 라운드 테이블 형식이었다. 향후 에너지 기술 방향과 이에 따른 국가와 기업의 투자 분야 등에 대한 즉석 투표가 이루어지는 등 흥미진진한 세션이었다. 추상적인 녹색에너지보단 석유자원 확보와 기술에 세계는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포럼에서 얻어지는 중요 ‘노하우와 정보’의 유출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한 WEF의 전략도 주목할 만했다.

 향후 트렌드 예측에 도움이 될 각국의 중요 장관·최고경영자들과 개별 면담을 한 후 지난 금요일 새벽, 취리히 공항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더 빠르게 진화 중이다. WEF가 진단했듯이 세계의 중심이 서(西)에서 동(東)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가 미래를 잘 준비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중국·일본·미국 등 강국들 사이에서 다시 고단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다보스 포럼은 내게 경각심과 도전정신을 함께 일깨워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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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