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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의 대가가 단명이라면 …




회사에 출근해서 집에 갈 생각도 않고 일에만 몰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이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일에만 매달려 있다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를 시속 150㎞로 달리는 것과 같다. [게티이미지]


비서 출신에서 사장 자리까지 올라 성공신화로 불렸던 현대자동차 고 김승년 사장. 그는 지난해 돌연 심장마비를 일으켜 55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49세에 전무, 51세에 부사장에 이어 53세에 사장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국내 100대 상장사 CEO(최고 경영자)의 평균나이는 59세, 재직기간은 평균 47개월. 이에 비해 김 사장은 일찍 출세해 짧은 생을 마감한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59세 모 공기업 K사장도 퇴근 후 뇌출혈로 쓰러져 별세했다. 이외에도 암으로 사망한 은행장(57)과 연구소 사장(54)을 비롯한 과학자·변호사·금융인·의사·감독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평균수명을 채우지 못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자리지만 자살로 마감하는 사례도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성공 아이콘으로 불리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56)도 최근 건강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잡스는 29세에 첫 번째 매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했고, 35세 때 애플을 설립해 4년 후 상장시켰다. ‘일찍 성공하면 단명 한다?’ 의료계는 이를 가설이 아닌 정설로 받아들인다. 성공 지향적인 성향과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최악의 건강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박○○사장(68)은 직장생활 10년 후인 37세에 제조회사를 창립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는 ‘부도가 오늘 나느냐, 내일 나느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박 사장은 “창업하고 하루에 잠을 5시간도 못 잤다”며 “직원보다 먼저 출근해 늦게 퇴근하고, 공장에 문제가 생기면 일요일에도 튀어나갔다”고 말했다. 가족은 물론 본인의 건강조차 챙기기 어려웠다. 그러다 만성위염에 위궤양까지 나타났다. 박 사장은 50대 초반에 삶의 목표를 바꿨다. 그는 “이러다 큰일나겠구나 싶어 그때부터 매일 아침 운동하고 나쁜 일은 빨리 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하면 평균수명 짧아”

성공과 단명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미국 웨인주립대학교 어니스트 아벨 교수는 비슷한 나이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했던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수명을 비교했다(Death Studies 2005). 한쪽은 방어율·타율 등의 성적이 뛰어나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143명이었고, 다른 쪽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명예의 전당엔 오르지 못했던 3430명이었다. 누가 더 오래 살았을까. 최고의 야구선수로 꼽힌 143명이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평균 5년 일찍 사망했다.

 극작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아카데미상 최우수 각본상을 받은 사람은 후보에만 오르고 수상에 실패한 비수상자들보다 평균수명이 3.2년 짧았다(영국의학저널 2001).

 캐나다 케이프브레턴 대학의 스튜어트 매캔 교수는 역대 미국·프랑스 대통령, 캐나다·영국·뉴질랜드·호주의 총리, 교황, 대법관, 노벨상 수상자의 수명을 비교·분석했다(성격 및 사회심리학저널 2001). 그 결과 평균보다 취임·수상 시점이 빨랐던 사람일수록 평균수명이 짧은 특징을 보였다. 미국 대통령 32명은 평균 55.7세에 취임해 71.8세까지 살았다. 하지만 평균보다 이른 나이에 대통령직에 오른 사람은 늦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사람들보다 7.2년 일찍 사망했다. 다른 수상자들보다 젊은 나이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학자들 역시 7.1년 빨리 사망했다. 평균보다 빨리 교황직에 오른 경우는 13.1년이나 먼저 선종했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가운을 벗자』에서 “성공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그 대가는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제 ‘짧고 굵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 뒤돌아 볼 때”라고 말했다.

 스트레스·과로에 완벽주의 성격 더해져

성공과 수명에 왜 이 같은 방정식이 성립하는 걸까. 임재준 교수는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하기까지의 우여곡절, 높은 자리에 올라서도 걸맞은 역량을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성취지향적이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도 문제다. 서울백병원 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항상 남보다 앞서야 하는 경쟁적인 사고와 어릴 때부터 주입 받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건강 악화는 경쟁적 환경과 치밀한 성격이 만들어내는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대기업 임원 500명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로렌티안 대학은 평균 나이 51세의 CEO(최고경영자) 400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CEO의 88%가 일반인보다 암과 심장질환으로 이행하기 쉬운 전단계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우종민 교수는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자극해 계속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밟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듯 불면증·집중력 감퇴·신경과민·우울증에 시달리고, 이는 면역력 저하 또는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사실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지위·연봉에 목숨걸지 마라 … 내면의 평화에 시선 돌려야

CEO의 건강 악화는 기업의 경영 위기로 이어진다. 개인의 삶과 가족도 힘겨워진다. 부여다사랑병원 최명기 원장(정신과)은 “팽이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팽이를 더 세차게 돌리는 대신 한계를 깨닫고 삶의 방향을 ‘가늘고 길게, 그러나 즐겁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지위와 연봉 상승만이 성공이 아니다. 내면의 평화와 화목한 가정 그리고 삶을 즐길 수 있는 태도도 성공의 범주에 넣으라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이뤘더라도 언젠가 내리막과 끝이 있다.

 스트레스가 엄습할 때 대응하는 요령을 익혀보자. 명상·운동·이완요법 모두 스트레스에 ‘보약’이다.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은 성공을 주제로 한 2009년 TED 강연에서 “어떤 성공이든 대가로 잃는 게 있기 마련”이라며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깨닫고 스스로 성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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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