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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 이제 한국 해군 무서워한다”




캐냐 교민 김종규씨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국 해군을 무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봉으로 보던 한국 배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해적들의 거점인 소말리아에서 가까운 케냐 몸바사 항에서 선박 대리점을 하는 한국 교민 김종규(59)씨는 24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해적들의 분위기와 현지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현지에서도 ‘아덴만 여명’ 작전의 위력은 컸다.

 그동안 소말리아·케냐 인근에서 활개치는 해적들에 한국 어선은 ‘달러 박스’였다. 납치만 하면 돈이 술술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한국 해군의 완벽한 작전으로 해적 8명이 사살되고 5명이 생포됐다. 해적들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자신들의 처참한 패배에 상기돼 “앞으로는 한국 선원을 살해하겠다”고 위협을 했지만 그 속내는 공포를 숨기기 위한 허세라고 볼 수 있다.

 김씨는 1979년 국가 파견 태권도 사범으로 케냐에 왔다가 한국의 원양어선들이 현지 선박 대리점의 농간에 넘어가 돈을 뜯기는 것을 보다 못해 80년대 초 선박 대리점을 시작했다. 선박 대리점은 배에 선원을 알선하고 부식, 용품을 공급한다. 몸바사 항은 한국 원양어선의 전진기지다. 항구 곳곳에는 케냐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빼앗은 소형 배들이 늘어져 있을 정도로 해적 활동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김씨는 현재 소말리아에 억류돼 있는 부산 선적 ‘금미 305호’의 석방을 위해 해적들과 직접 협상할 정도로 해적들의 사정에 밝다.





 -구출작전이 성공한 뒤 현지 반응은.

 “다들 깜짝 놀랐다.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뒤 현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그동안 한국군은 조그마한 위험만 있어도 몸을 사리고 구출작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전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통쾌한 쾌거였다. 해적들에 따끔한 교훈이 되었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삼호주얼리호가 납치됐을 때 한국 해군이 어떻게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이번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줄 알았다. 그동안 삼호드림호 납치 때처럼 해적선 주변만 빙빙 돌다가 철수할 줄 알았다. 케냐의 내 친구는 “한국 해군이 ‘동네 깡패’ 같은 놈들한테도 끌려다닌다”고 조롱하다가 이번 작전 소식을 듣고는 태도가 바뀌었다. “코리아 아미(Army) 넘버 원!”이라고 엄지손가락을 높이 쳐들더라.”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뒤 해적들과 통화를 했나.

 “자극할까 봐 하지 않았다.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외신에서는 해적들이 한국 배를 보복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어 현재 납치돼 있는 금미 305호 선원들이 걱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배들은 더 철저히 경계를 해야 한다.”

 김씨는 30여 년 몸바사 항을 지키면서 해적들에 공격받은 수많은 선박을 지켜봤다. 해적들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뒤 몸바사 항으로 돌아온 배들이 다시 조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이 해적을 어떻게 다루는지 잘 알고 있다. 그는 가장 적극적인 군사작전을 펴는 나라로 프랑스·이탈리아를 꼽았다.

 -해적들이 두 나라 군대를 두려워하나.

 “물론이다. 두 나라는 자국 배가 해적에 납치되면 인질을 구출한 뒤 철저히 보복한다. 이러니 해적들이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그리고 주요 국가의 어선에는 선원으로 위장한 무장 경호원이 탄다. 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 배들은 이 부분이 취약했다. 무장 경호원들을 태우지 않았고, 해군의 작전도 소극적이어서 해적의 표적이 됐다. 이번에 이런 나약한 이미지를 벗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김씨는 그동안 해적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 배들의 뒤처리를 도맡으며 조업 복귀를 도왔다. 2006년 4월 한국 배로는 처음으로 해적에 납치됐던 동원 628호가 풀려나 몸바사 항에 들어왔을 때부터 시작한 일이다. 그후 2007년 5월 마부노1, 2호의 석방 때도 도움을 줬다. 지금은 한국 배로는 유일하게 해적들에 납치돼 있는 ‘금미 305호’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적들은 더 극성을 부릴 게 뻔하다. 그럴수록 해적들을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한국 배들도 무장 경호원을 태우는 등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랫동안 해적들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씨의 진단이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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