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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북 UEP 우려, 표현 약해도 언급 자체가 큰 진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끝났다.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두둔해 오던 중국이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일까. 한반도 문제와 미국의 대외정책에 두루 밝은 스인홍(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를 만났다. 스 교수는 인터뷰 당일인 21일 한국대사관뿐 아니라 일본·영국 외교관들과 잇따라 만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인터뷰는 중국어로 진행됐지만 ‘목청이 높아지는 대목’에서 스 교수는 영어로 말을 바꾸기도 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종합평가를 해달라. 이번 회담을 통해 ‘대결적’으로 비치는 미·중 관계에 변화가 올 것이라 보는가.
“양측 모두 미·중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었는데 이번 회담은 전체적으로 ‘윈-윈’ 게임이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북한 문제를 비롯한 몇몇 주요 사안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양보를 했다. 중국은 처음으로 북한의 UEP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북한의 UEP가 9·19 공동성명과 유엔 결의안을 위배한 것이라고 간접 비난한 것이다. 중국은 2009년 가을 이후 북한을 한 번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는데 이번 공동 성명으로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압력을 가해 이뤄낸 결과다.”

-이는 중국 대북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나.
“중국이 한두 번 북한을 비난하고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했다고 해도 이것이 곧바로 대북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북한 내부 상황의 안정을 기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대북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북한이 정말로 붕괴하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북한은 회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론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으로선 방법이 없다. 중국에 기분 상했다고 해도 뭘 어쩔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UEP에 대한 우려 표명에 대해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조선(북한)이 공언한 계획에 우려를 표시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을 달았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
“중국은 북한이 스스로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UEP 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말이다. 중국은 북한이 과연 이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 말할 수 없다.”

-표현이 너무 애매하지 않나.
“원래 애매한 문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마침내’ 이 애매한 표현이라도 했다는 사실이다. 복잡하게 들리겠지만 중요한 변화(significant change)다. 미국의 엄청난 압력하에서 나온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안정화 가운데 안정화에 비중을 뒀다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서는 비핵화에 무게가 많이 실린 듯하다. 그게 진짜 중국의 뜻인가 아니면 미국의 압력을 수용한 것인가.
“중국의 가장 관심 갖는 문제는 북한의 핵 문제 자체가 아니다. 중국이 가장 큰 관심은 핵 문제가 북한체제의 안정을 해치고 북·중 관계를 해치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상황이 결정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은 누가 결정하나. 최근에는 군부의 입김이 세졌다는 말도 있다.
“대북 정책에 관한 한 중국 지도층 내부에 별다른 견해 차이가 없다고 본다. 한국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천안함에 대해 한국 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었다. 북한의 도발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연평도 포격 때에도 한국에 훈련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동 성명에서는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이 바뀐 것인가.
“변하지 않았다.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한 것이지만, 한국이 사격훈련을 먼저 했다. 천안함 폭침은 중국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나온 대로 발생한 일이라고 믿지 않는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 보고서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 것이다.”

-미·중은 진지하고 건설적인 남북대화를 주문했고, 남북대화 재개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잇단 회담 제안이 과연 진정성을 담고 있다고 보나.
“북한의 제안은 속임수(cheating)다. 현재 상황은 이런 속임수가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또 이 기회가 북한 비핵화의 창문을 여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과 미국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은 대화 재개에 앞서 연평도 포격 등에 북한의 사죄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북한이 사과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조건 없이 대화하라는 것이다. 그저 대화를 위한 대화라도 해야 한다. 대화는 해결의 기회를 열기도 한다.”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어떤 과정을 더 거쳐야 하나.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중국도 동의했다. 6자회담 전에 남북이 먼저 의미 있는(fruitful)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한국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본다.”

-중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한국이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나.
“한국 정부보다는 한국 언론의 오해가 있다고 본다. 한국 언론은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중국의 ‘동북 4성’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보도하고, 중국이 북한을 흡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뭔가 얻으려 하기보다 북한이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나.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국은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이다.”

-연평도 사건 이후 특사로 방한했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최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평화발전’을 강조하는 장문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 등 이웃 나라들과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중국이 관계 개선 의지를 펴겠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국의 입장에선 최근 한·중 관계가 안 좋았으므로 이 발표를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도로 볼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후 주석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엄청난 의욕을 보였어도 한국이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그 발표를 과대 해석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뜻인가.
“현재까지 나는 그런 정황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은 중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실수라고 본다. 중국의 전략적 환경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외교정책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베이징=써니리 중앙SUNDAY 객원 기자 boston.sunny2@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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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인홍 교수
1951년생. 난징(南京)대학 국제정치 박사. 현재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인민대 미국연구센터 주임. 하버드대와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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