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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실적 맞추기 ‘1년 싸움’ 월가 프로들 블로거에 완패

호레이스 데디우(43)는 미국 애플사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다. 그런데 그의 활동 무대는 미국이 아니라 대서양 건너 유럽의 핀란드다. 그의 보고서가 공개되는 곳도 뉴욕 월가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블로그다. 그는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이른바 ‘아마추어 애널리스트’다. 그런 그가 최근 쟁쟁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을 제치고 지난해 애플 실적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애널리스트로 평가됐다.

 프로를 누른 아마추어는 데디우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정보기술(IT) 전문기자인 필립 엘머드윗은 애플을 담당하는 월가 유명 애널리스트 30명과 블로그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아마추어 11명을 대상으로 누가 실적 예측을 잘했는지를 평가해 최근 포춘지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는 이들이 제시한 매출·순이익·총이익률과 아이폰·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 판매 실적 등 7개 항목의 예측치를 실제 발표치와 비교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가장 비슷하게 맞힌 상위 10명 중 9명이 아마추어들이었다. 월가 출신은 단 한 명만이 간신히 10위권에 들었다. 아마추어들의 평균 오차율은 3.94%, 프로 애널리스트들은 9.04%였다. 유명 투자은행인 UBS·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는 두 자릿수 오차율을 기록하며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4분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4개 분기를 대상으로 한 누적 평가에서도 데디우를 비롯한 아마추어들이 상위 7위까지를 휩쓸었다.

 애플이 4분기 실적을 내놓을 당시 시장에선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말이 나왔다. 증시도 ‘불난 호떡집’처럼 법석을 떨었다. 뒤집어보면 이런 일은 결국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예측이 그만큼 빗나갔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월가 애널리스트들을 불신하는 투자자들도 늘었다. 엘머드윗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실적 발표 이후 월가에선 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쏟아냈지만 예측을 잘못해서 미안하다는 소리는 한마디도 없었다”고 비꼬았다.

 아마추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투자자들 사이에 일종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데디우의 블로그 ‘아심코(asymco.com)’의 경우 월평균 3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그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인 노키아에서 8년간 시장 분석을 담당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그의 블로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스스로를 ‘엔터테이너’라고 칭 한다.

 아마추어만의 강점도 있다. 자신이 잘 알고 관심 있는 기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데다 고객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그만큼 과감한 예측을 내놓을 수 있다. 반면 프로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코프먼브러더스의 쇼 우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프로 애널리스트들은) 여기저기서 주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아마추어들의 부상이 이른바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반짝 현상이란 평가도 나온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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