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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소르망 “한국, 중국에 좀 더 대담한 목소리 내라”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박사(오른쪽)가 19일 서울 계동 고려사이버대에서 아산정책연구원 함재봉 원장을 만나 한·중 관계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김상선 기자]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Guy Sorman) 박사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좀 더 대담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고려사이버대에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과의 대담에서다. 그는 “한국이 무역과 대북정책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게 사실이지만 중국도 경제 등에서 한국에 적지 않게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

함재봉 원장=최근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과 국제경제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르망 박사=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자신들의 체제에 더욱 큰 확신을 얻었다. 서구 자본주의 시스템이 실패했기 때문에 중국 방식이 옳다는 생각이다. 그 뒤 중국은 경제적·외교적 문제에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행동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던 게임의 판을 바꾸고 있다.

 =중국의 평화적 부상과 발전이 가능한가.

 소르망=이에 답하려면 중국 체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이 매우 평화적이고 전쟁이나 공격을 싫어한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다르다.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있다.

 소르망=사실 중국 경제는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뚜렷한 한계를 갖고 있다. 첫째, 국민이 직접 지도부를 선출하지 않는다. 중국인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살고 있는데도 지도자들이 빈곤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 건 중국이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권위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과 같은 체제하에서 경제적 변혁은 한계가 있다. 중국에선 기업의 혁신과 도전을 자유롭게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삼성이나 현대 같은 초일류 기업이 나올 수 없다.

 =중국 체제가 민주주의로 변화할 가능성은.

 소르망=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중국 체제는 어느 정도의 변화를 거쳐왔으며 지금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권이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공산당 당원들이 중국 발전의 혜택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체제를 자발적으로 변화시킬 리 없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미국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과도 같은 존재여서 다루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등 미국보다 중국 의존이 심하다.

 소르망=나는 힐러리와 생각이 다르다. 당신이 은행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리면 은행 또한 당신에게 의존하게 돼 상호의존하게 된다. 제아무리 중국이라 해도 독불장군으로 경제를 끌고 갈 수 없다. 한국은 중국에 보다 대담하게 대처해 상호의존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이라는 거짓말』 등의 저서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는데 근거가 뭔가.

 소르망=중국은 두 가지 이유로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하나는 북한이란 존재가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제정세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는 것이다. 또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에 군사적으로 매우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 중국의 체제 변화가 없는 한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길 기대하는 건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나.

 소르망=어떻게 하든 북한 체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결국 북한 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중국 체제의 변화뿐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이 적어도 대화와 협력의 대북 노선을 펴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햇볕정책은 북한 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한국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보다는 미국·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해 도발을 억제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글=정재홍·김혜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기 소르망(Guy Sorman)=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분쟁과 갈등 분야 전문가다. 스탠퍼드대·베이징대·모스크바대 등에서 경제학·정치철학 교수를 역임했고 세계 여러 대학의 초빙교수를 겸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프랑스 등 세계 각국 언론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열린 세계와 문명창조』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등의 스테디셀러를 썼다.

◆함재봉=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유교정치 사상 분야의 전문가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는 등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공부했다. 부친은 1983년 ‘아웅산 사건’으로 순직한 고(故) 함병춘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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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