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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다락방을 만들어줬더니, 하루종일 하하 호호




아이들 키에 맞는 미니 의자와 화장대, 아이스크림 판매대까지 갖춘 장난감 집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안상현씨 가족.


어린 시절을 단독주택에서 보낸 사람들에겐 ‘다락방’에 대한 추억이 많다. 좁고 어둡지만 아늑하고 편안했던 ‘나만의 공간’. 아동심리학자들은 아파트에 주로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다락방과 같은 ‘구석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엄마 뱃속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아이의 정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파트에는 다락방이 없다.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에게 직접 장난감 집을 만들어준 사진가 안상현(34·경기도 성남시 상적동)씨와 한국아동발달센터 한춘근 대표를 만나 ‘현대판 다락방’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촬영협조=쇼핑몰 11번가


어느새 함께 노는 두 아이




안상현씨 집에 마련된 장난감 집 외부(위)와 내부(아래)모습.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아빠 안상현씨의 말에 아들 효승(6)이가 장난감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옆에 있던 동생 시연(3)이는 엄마에게 장난감 과자를 준다. “고맙습니다.” 엄마가 시연이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효승이네는 요즘 저녁마다 온 가족이 모여 가게 놀이를 한다.

아빠가 만들어준 장난감 집 덕분이다. 가로·세로 160×130cm, 높이 135cm인 장난감 집은 두 아이가 들어가서 걸어 다닐 수 있고 고개를 숙이면 아빠·엄마도 들어갈 수 있다. ‘집’ 내부 선반에는 동화책을 꽂아 놓았고 벽면에는 화장대와 나무 오븐도 설치했다. 오누이가 술래잡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작은 뒷문도 만들었다.

“아이들이 눈만 뜨면 장난감 집에 들어갑니다. 온종일 저희끼리 놀면서 재밌어 해요.”




1 네 개의 기둥을 세워 만든 인디언 텐트. 바보사랑 꿈비 텐트. 10만 8640원. 2 고무공 던지기 놀이도 가능한 뽀로로 볼 텐트. (주)투마씨앤디. 7만5900원. 3 몽골족의 이동식 집을 본 따 만든 궁전 텐트. e세이브. 1만1800원. 4 동화 속에 등장하는 벽돌집을 종이에 옮긴 아기양 종이집. 케이에스디. 5만7340원.

이 집은 안씨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이용해 만들었다. 대략적인 집 모양 스케치를 그린 후 높이와 넓이를 정하고 나흘 만에 만들었다. 나무 합판, 문고리, 경첩, 선반 등의 재료는 인터넷 DIY(다양한 제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도구나 재료를 파는 곳)사이트에서 주문했다. 장난감 집의 뼈대가 되는 나무는 집 근처 공방에서 구입했다. 재료 구입비용은 50만원 정도. 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기톱, 드릴, 전기 샌더(합판 표면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도구), 줄자, 연필 등은 그동안 집안을 손보면서 사두었던 것들을 사용했다.

안씨는 “효승이와 시연이가 함께 관심을 가질 만한 놀이가 뭘까 고민하다 장난감 집을 생각하게 됐다”며 “어린 시절 할머니 집 다락방에서 형제들과 어울려 하루 종일 놀던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고 했다.

장난감 집을 만들기 이전에 안씨의 두 아이는 함께 잘 놀지 않았다. 엄마·아빠의 사랑을 동생이 빼앗았다고 느낀 효승이가 동생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장난감 집을 만든 후 효승이의 태도가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역할 놀이’를 하며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팔려면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술래잡기는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단다.

아동발달센터 한춘근 대표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구석을 좋아한다”며 “엄마 뱃속에 있던 때를 그리워하는 회귀성 본능”이라고 설명했다. 아늑하고 편안하고 늘 조용하던 공간이 기억 속에 남아서 그런 곳을 찾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자기 몸에 맞는 작은 공간에 들어가면 자신이 커보이고 힘이 세지는 것을 느끼면서 안도감을 갖는 것도 아이들의 특성이다.

 아파트에서는 ‘집’ 형태로

아이가 손톱을 자주 문다든가, 감정의 기복이 커졌거나, 말수가 갑자기 줄어들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위해 아이들만의 구석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또 숨바꼭질이나 ‘나 잡아봐라’와 같은 놀이를 좋아할 때쯤 아이들이 숨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대표는 “아파트에는 다락방이 없기 때문에 ‘집’ 형태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며 “중요한 것은 외부와 연결되는 창문과 입구”라고 조언했다. 창문은 내 모습을 숨기고 외부를 관찰할 수 있는 수단이고, 문은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통로다.


쉽고 간단히 아이를 위한 구석 공간 마련해 주기

●식탁의자 4개를 기둥 삼아 이불을 씌워 간이 텐트를 만든다.

●책상 아래 부분에 커튼을 달아서 비밀 공간을 만든다.

●병풍이나 칸막이 가리개를 이용해 외부와 구분되는 공간을 만든다.

●미술 재료로 많이 쓰이는 우드록을 잘라 테이프로 이어 집 형태를 만든다.

●종이박스의 한쪽 모서리를 잘라 여러 개를 연결해 울타리 형태를 만든 후 색종이나 페인트로 장식한다.

●1인용 모기장 또는 놀이 전용 텐트를 마련해 주는 것도 방법.


TIP 조심! 아이들은 세탁기 속에도 들어가요

아이들이 워낙 구석 공간을 좋아하다보니 가끔 세탁기 속에 들어가는 일도 발생한다. 아이들은 들어가는 것만 알고 나오는 방법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숨기 좋은 안전한 공간이란 어떤 곳인지 미리미리 가르쳐주는 게 좋다. 또한 혼을 내면서 “네가 좋아하는 공간을 없애겠다”는 말로 엄포를 놓는 것은 아이에게 상처가 되므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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