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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인수, 성공과 실패




지난 14일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화저축은행 본점에서 예금주들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됐다.”

 남영우(57)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 사장이 10년 전 인수 당시와 지금의 회사를 비교하며 한 말이다. 이 저축은행은 외환위기 뒤 경영이 악화된 경기도의 안흥상호신용금고를 한투금융지주가 인수한 뒤 이미 갖고 있던 고려상호신용금고와 합병해 만들어졌다.

 현재 경영 상태는 남 부러울 게 없다. 총자산(1조1600억원)이 인수 때보다 10배가량으로 불어났지만 덩치는 업계 20위권이다. “얼마든지 키울 수 있지만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안 한다”는 게 남 사장의 설명이다. 예금 금리가 다른 곳보다 0.4%포인트 정도 낮고 전단 한 장 뿌리지 않아도 예금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17.49%)과 자기자본 이익률(14.23%) 모두 업계 최상위권이다. 다른 저축은행들을 골병 들게 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부터도 자유롭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 자산의 10%인 PF대출의 부실률이 제로다.

 성공 비결로 남 사장은 “지주사 산하의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꼽는다. 먼저 지주 주력사인 증권사와 손을 잡으면서 상품이 다양해졌다. 단순 예금 대출에서 벗어나 유가증권과 연계된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전 금융권에서 유일한 ‘골프회원권 담보 대출’이 대표적이다. 지주사 산하 저축은행이라는 타이틀은 직원들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높였다. 최근 6년간 회사를 그만둔 직원이 한 명도 없고 지난해 입사 경쟁률이 400대 1에 달했다. 저축은행의 골칫거리인 금융사고를 걱정하지 않게 됐다. 직원들의 열정이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린 건 물론이다. 금융지주라는 울타리는 조달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A0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연 9%에 가까운 금리를 주고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다른 곳과 달리 무담보 회사채를 5% 금리로 발행한다. 전체 수신의 25%는 증권사를 통해 온 신탁자산이다. 예보기금을 낼 필요가 없는 이 돈은 조달금리를 낮추는 일등 공신이다.







 오너와 경영진의 의지도 큰 역할을 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아들인 김남구 한투지주 대표는 원칙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경영진의 뒤를 받쳐줬다. 이 저축은행의 여신 심사는 ‘지주 회장이 소개해도 대출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할 만큼 깐깐하다고 소문나 있다.

 남 사장은 “저축은행 고객은 신용과 담보가 약해 대출을 산술급수로 늘릴 경우 리스크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며 “지주사 내에서 어떤 고객을 상대할지를 분명히 하고 인수해야 금융지주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SC지주)의 저축은행 인수는 그렇지 못한 경우다. SC지주는 2008년 1월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던 예아름저축은행을 1500억원에 인수해 ‘SC스탠다드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경쟁률이 20대 1에 달할 만큼 저축은행의 인기가 좋을 때였다. SC제일은행과의 시너지가 목적이었던 건 물론이다. 지주사와 인력을 교류하고 정보기술(IT) 시스템 등 인프라를 공유했다.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고객을 저축은행을 통해 붙잡는 등의 고객 다양화에도 역점을 뒀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 비해 지금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수를 막 끝낸 2008년 6월 말 SC저축은행의 자산은 7118억원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6월 4719억원으로 줄었다. 2년 만에 약 2400억원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예금이 많이 줄었다. 2008년 6월 말 5572억원에서 2010년 6월 말 1539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만큼 고객이 떠났다는 뜻이다.

 익명을 원한 SC저축은행 관계자는 “인수 당시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을 줄여나가면서 전체적인 예금규모가 줄었다”며 “은행에서 밀려난 고객들을 겨냥한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처음 생각보다 활성화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C저축은행은 2009년 30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예아름이 유치했던 고금리 예금에 이자를 많이 주는 바람에 손실이 커진 데다 은행의 노하우를 제대로 접목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SC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신용대출을 활성화하면서 올해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나현철·권희진 기자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의 성공 비결

▶ 덩치를 키우지 않는다 : 대출을 늘리면 관리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심사는 은행보다 엄격히 : 지주 회장이 들고 온 대출도 여신심사위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거절한다. PF대출 부실 제로.

▶교육이 많을수록 좋다 : 직원의 자부심과 전문성이 은행보다 오히려 높아야 한다. 최근 6년간 이직률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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