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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론 ① 한국사 교육은 글로벌 경쟁력의 기초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전 이화여대 총장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우리나라 섬을 묻는 국사시험 문제를 냈더니 정답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됐다. 또 고등학교에서 한국사 과목을 선택한 학생을 조사했더니 어느 학교는 단 3명, 어느 경우는 11명, 그것도 서울대를 지원할 학생들에 한정돼 있었다고 한다. 우수한 학생들 대열에 끼었다가는 등급이 떨어질 우려 때문이라 한다. 국사 필수를 대학입시와 연결시킨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이 참여하지 않으니 이러한 역기능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역사를 기피하고 홀대하는 현상은 일제 식민정책뿐 아니라 해방 이후 국사 교육정책의 기본철학과 방향이 흔들려왔던 데 기인한다. 미군정기에는 미국의 사회과 교육을 모형으로 한 통합교과인 사회생활이 등장하면서, 한국사가 지리·공민과 함께 그 한 영역 속에 포함됐다. 하지만 1973년 고시된 제3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적 있는 교육을 강화하면서 중·고등학교 국사가 독립 교과로 자리하게 됐다. 또한 대학교육에서도 한국사가 필수교양과목이 됐으며, 국가가 시행하는 모든 고시와 시험에서 필수로 부과됐다. 이와 같이 민족 주체의식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하에 실시된 한국사 교육 강화는 독립된 교과로서 국사의 안정된 지위를 보장했다.





 그러나 1992년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사가 다시 사회과에 통합됐다. 이는 한국사 교육의 약화가 적극적으로 진행되는 전초전이었다. 1997년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의 국사가 ‘국사’와 ‘한국근현대사’ 과목으로 구분됐다. 선택과목인 ‘한국근현대사’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온전한 한국사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지게 됐다. 이 시기부터 개편된 대학입시제도 및 교육과정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점차 대학입시에서 한국사 과목을 선택할 여지가 줄어들고 교육 과정에서도 국사 교육이 축소됐다. 사회적으로도 1997년 사법시험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는 각종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도 제외됐다.

 우리 모두는 한 시대 역사의 구간을 달리는 릴레이 주자다. 그동안 달려온 길을 모르고 자기가 달려 가야 할 구간도 모르고 어떻게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줄 수 있겠는가. 우리 역사는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시대와 민족을 향한 열정 속에서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주었듯이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가지고 뿌리 의식과 정체성을 확고히 할 때 내 나라 내 민족을 지킬 수 있으며 인류를 위한 기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도 역사교육을 강조하고 중국도 공자정신을 부활시키면서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우리만 차세대들에게 우리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면 독도 문제, 동북공정 등 역사 현안에 어떠한 대처를 할 수 있겠는가.

 역사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다. 바로 역사 속에 미래가 담겨 있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 속에 새겨진 문화 속에는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소통, 화합, 나눔, 배려, 생명, 자연, 평화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 또한 역사는 이미 시작과 결말이 끝난 것을 다루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와 교훈과 미래를 여는 참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민족의 정체성이 없으면 내일을 향해 나아갈 방향과 이상을 세울 수 없다.

 다행히 중앙일보에서 새해 벽두에 한국사 교육 필수 운동을 펼치는 것은 매우 든든하고 희망적인 일이다. 각계각층의 공감과 지지의 뜨거운 호응이 일어나는 사회 분위기는 무척 고무적이고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으니 국사를 암기과목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역사 문화 현장을 체험하는 교육과 현시대 감각에 맞게 재미있고 유익하게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하고 다양한 콘텐트를 개발해 역사가 생활 속에, 가슴속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단계적으로 내실과 체계를 갖춘 교재를 만들고, 정책적으로도 공교육 과정에서 필수로 정착시켜 각종 입시, 사법, 행정, 외무, 공무원 임용·승진시험 등에도 국사 과목이 들어가야 한다.

 세계화 시대 글로벌 경쟁력의 기초도 역사다. 역사는 국가 브랜드의 보고이고, 한국사 교육은 대한민국이란 브랜드의 품격과 신뢰를 높이는 가장 중심 된 길이다. 역사에서 보물을 캐내는 일을 청소년기에 필수로 가르치고 내일의 희망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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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