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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이런 게 국가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아덴만 사건은 단순히 해적을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한 군사작전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한국의 정신사(精神史)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건국 이래 60여 년 동안 한국은 ‘피랍(被拉) 전문 국가’였다. 북한이 배·비행기를 납치해도, 테러리스트와 해적이 해외에서 국민을 납치해도 구출하거나 보복한 적이 없다. 그런 굴욕의 역사에 극적 반전(反轉)이 일어났다. 그것도 이역만리 공해상이었다. KDX 구축함이라는 국력과 굴욕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가 만들어 낸 ‘각성(覺醒)의 대작’이다.

 20개월 전인 2009년 3월 나는 “분노할 줄 모르는 나라”라고 썼다. “해외(예멘)에서 국민이 자폭테러에 무참히 죽었는데도, 역사상 처음인데도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국회도 이상하게 조용하다.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없다. 여야는 서로에 대고는 죽기 살기로 설전(舌戰)에 육탄전을 벌이면서 국제 테러 만행엔 벙어리다. 지난 주말 9시 뉴스에 예멘 테러는 거의 사라졌다. 인터넷 포털에 예멘이 사라진 지는 벌써 며칠째다. 한국은 분노할 줄 모르는 나라인가.”

 한국인이 본격적으로 해외 납치·테러를 당하기 시작한 건 2004년 6월이다. 군납업체 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참수(斬首)당했다. 3년 뒤엔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단이 납치됐다. 탈레반은 남자 2명을 죽이고 여자들을 오랫동안 감금했다. 이 사건은 국민에게 커다란 상처와 충격을 줬다. 그런데도 국정원장(김만복)이라는 사람은 현장에서 사진기자 앞에 웃으며 나타나 ‘사건 해결’을 홍보했다. 경륜 있는 원장이 큰 역할을 했다며 국정원은 ‘칭송 보도자료’를 뿌렸다. 돈을 주고 인질을 돌려받은 것은 치욕인데도 무슨 자랑이라고 그런 코미디를 벌였다. 한국은 한때 그런 나라였다.

 비슷한 시기에 미 해군의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은 소말리아 해적 3명을 사살하고 납치된 선장을 구해 냈다. 파도가 출렁이고 어둠이 깔린 바다에서 3명의 저격수가 해적 3명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선장은 인질을 자원하면서 선원들을 구했고, 국가는 그런 선장을 구했다. 미 해군을 본받아 한국은 소말리아 해적에게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했다. 그러나 그 후 해적의 바다에서 한국 선박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거액의 몸값을 냈다.

 지난해 11월 연평도가 포격당한 직후 나는 “F-15K가 울고 있다”고 썼다. 국민은 피와 땀과 눈물로 경제 발전을 이뤄 대당 1000억원이 넘는 F-15K를 45대나 사 줬다. 그런데 국민의 마을이 불바다가 되는 때에 그런 전폭기를 창공에 띄워 놓고도 한국군은 미사일 한 방 쏘지 않았다. 청와대는 몰라서, 군 지휘부는 우유부단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주먹이 우는 것처럼 F-15K가 울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대당 4000억원짜리 KDX 구축함이 울었을 것이다.

 위협과 대치하고 있는 국가의 지도부는 응징·특공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지도부는 특공 지도부다. 대통령 페레스(Peres)는 1976년 엔테베 공항 구출작전 때 국방장관이었다. 총리 네타냐후(Netanyahu)는 72년 벤구리온 공항 구출작전 때 특공대원이었다. 당시 특공대를 지휘했던 바라크(Barak)는 지금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다.

 아덴만 작전을 보면서 묻는다. 국가는 무엇으로 생존하는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정치 지도자의 세 치 혀인가, 아니면 중력의 7~8배를 견뎌 내는 F-15K 조종사의 거친 호흡인가.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찍었던 민주당 의원들의 하얀 손인가, 아니면 해적에게 자동소총 방아쇠를 당겼던 UDT 대원의 거친 손인가. 그리고 천안함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유엔으로 달려갔던 맹북(盲北) 시민단체의 경박한 발인가, 아니면 해군 후배들을 살리겠다고 죽음의 바다를 헤엄쳤던 한주호 준위의 물갈퀴 발인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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