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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해적





“주사위는 던져졌다”로 유명한 로마의 풍운아 카이사르가 청년 시절 해적에게 붙잡혔다. 호머의 ‘오디세이’에도 나오는 킬리키아 해적이다. 이들은 노예 매매가 전문인데, 카이사르의 몸값으로 로마에 은 20탈란톤을 요구한다. 지금의 100억원쯤이다. 그런데 카이사르는 “너무 적다. 50탈란톤으로 올려 요구하라”고 되레 큰소리친다. 풀려난 카이사르는 이들 해적을 뒤쫓아 모두 십자가형에 처한다.

 해적의 발호(跋扈)는 해상무역과 궤(軌)를 같이한다. 그리스·로마시대엔 에게해를 중심으로 해적이 설쳤다. 스페인과 영국이 해상패권을 다투던 시절에는 대서양, 특히 중남미의 카리브해가 무대다.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이다. 영국의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이 시대 ‘약탈 선단’의 선장이다. 합법적으로 해적 행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약탈을 당하는 스페인엔 한낱 해적일 뿐이다. 스페인의 인도 요구를 뿌리치고, 영국은 드레이크에게 오히려 기사 작위를 준다. 그는 일약 소년들의 우상이자 국가적 영웅이 된다. 무적함대가 출동하지만, 영국은 드레이크를 앞세워 대승을 거두고 대영제국의 서막을 연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18세기 영국에 ‘해적 문학’이 성행한다. 검은색 바탕에 해골과 뼈를 그린 ‘해적 깃발’이 출현한 것도 이 시기다. 거친 바다는 남성에게 꿈과 모험의 대상이다. 본디 바다의 관사(冠詞)는 여성이 아니던가. 대표적인 작가가 『로빈슨 크루소』의 대니얼 디포다. 그는 해적의 습격과 행태를 생생하게 묘사해 “혹시…” 하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해적 싱글턴』에서는 집시에게 유괴당해 해적으로 성장하는 소년의 일대기를 그린다.

 시인 바이런의 『해적』은 오페라로 상연됐고, 『돈 주앙』도 해적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해적에 얽힌 모험소설의 결정판이다. 여기서 외다리 해적 실버는 ‘미워할 수 없는 악인’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아무리 폼을 잡아도 조폭은 깡패일 뿐이다. 영화 제목처럼 ‘공공의 적’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아무리 조니 뎁이 스타일리시하고, 올랜도 블룸이 멋있어도 해적은 그저 해상 강도일 뿐이다. 지구촌 ‘공동의 적’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청해부대에 뜨거운 맛을 봤다. 상대를 잘못 골랐다. 마침 작전에 나선 군함이 최영함 아닌가. 고려 말 최영 장군은 모기떼처럼 설치던 해적 왜구(倭寇)를 말끔히 소탕해 경남 통영엔 이를 기리는 사당까지 있다. 군함 이름부터 해적의 천적이었던 것이다.

박종권 논설위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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