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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봉천동 다 뒤져도 전세 못 구해 “서울 떠야 하나요”

서울 사당동 일대의 80㎡(24.2평)형 아파트 전셋집을 구한다는 쌍용건설 장민철(31) 사원을 22일 오전 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에서 만났다. 현재의 아파트(사당동 삼익그린뷰)를 3월 말까지 비워야 하는 그는 가능하면 근처의 집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맞벌이하는 장씨 부부의 직장은 서울 강남권이다. 전셋값이 조금 싸면서 직장을 다니기 좋은 곳이 사당동 일대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장씨가 치를 수 있는 전셋값은 2억원.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 1억7000만원과 저금 30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사당동 동작 래미안단지. 일대에서는 비교적 새 아파트(2003년 입주)로 꼽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들어가 이 아파트 82㎡형 전셋집을 찾는다고 했다. 최경아 공인중개사는 “동작 래미안은 물론 인근 대림·롯데아파트 등 근처 2000여 가구에 80㎡형 전세는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발걸음을 돌리려는 장씨에게 공인중개사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나온 래미안 82㎡형 월세가 딱 하나 있다고 권했으나 장씨는 월세 내기는 부담스럽다며 문을 나섰다.




지난 21일 장민철씨는 하루 종일 “전세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장씨가 방문한 부동산중개업소 공인중개사가 자신은 전세가 없다며 인근 지역 중개사에게 전화로 전세 여부를 물어보고 있다①. 결국 전세를 구하지 못한 장씨가 실망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선 뒤② 아파트단지를 쳐다보며 한숨짓고 있다③. [조문규 기자]



 전세 물건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이 못 미더워 그는 다른 중개업소에 들어갔다.

 -(김씨)“20평대 전셋집을….

 -(중개사)“없습니다. 연락처 남겨 놓고 기다리세요.” 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대답이다.

 그 공인중개사가 보여 준 매물 장부에는 ‘전세 대기(○○아파트 ○○평)’ 등으로 적혀 있는 메모가 10개가 넘었다.

 기자는 김씨에게 중소형이 많은 사당 우성·극동·신동아단지로 가자고 권했다. 이곳의 아파트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김종해 공인중개사는 김씨에게 “요즘엔 대부분 재계약을 하는지 전세 물건이 전혀 안 나온다”며 “3개 단지에 방 2개짜리 소형 아파트 1923가구가 있지만 지금 구할 수 있는 전세 물건은 82㎡형 한 건뿐”이라고 말했다. 장씨가 전셋값을 묻자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셋값은 집주인 마음이라서 시세도 없다”며 “지금 소개한 물건도 최하 2억3000만원은 된다”고 대답했다.

 이곳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장씨는 사당동보다 싸고 소형이 많은 관악구 봉천동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장씨는 “정부가 전세대책을 내놨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당분간 전세난이 풀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실제로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세 대책이 나온 뒤 일주일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0.5%나 뛰어 지난해 월간 평균 전셋값 상승률(0.5%)과 같았다.

 봉천동 벽산블루밍단지 앞에서 영업하는 박정란 공인중개사는 “벽산블루밍에는 전세 물건이 없고 다른 곳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그는 전화를 들고 “방금 뜬 물건 살아 있어요?”라고 묻더니 “혹시나 하고 전화했더니 역시…”라며 전화를 끊었다. 공동중개망에 나온 물건이 한 시간도 안 돼 계약됐다는 뜻이다. 그는 다른 중개업소들에 전화를 더 하더니 “이곳에서 공인중개사를 한 지 8년째인데 올겨울처럼 품귀현상을 빚는 것은 처음”이라며 “봉천동 일대 1만5000여 가구에 80㎡짜리 전셋집이 한 가구도 없다니 말이 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박 공인중개사와 얘기하고 있는 중에 아기를 담요에 싸안은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주부가 중개업소에 뛰어들어 왔다.

 -(주부)“사장님. 집주인이 3월 18일까지 집을 비우라는 데 꼭 구해 주세요.”

 -(중개사)“내가 집을 만들 수 있으면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는데…. 나도 갓 결혼한 딸이 있는데 정말….”

 박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폭등세”라며 계약서를 쓴 장부를 보여 줬다. 지난해 3월 1억5000만원에 계약한 물건이 11월 1억7000만원으로 오르더니 최근에는 2억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봉천동의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소에 들어가니 장씨에게 신혼부부냐고 물었다. 전세 물건이 나올 게 하나 있는데 집주인이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는 주지 않고 신혼부부에게만 세를 놓겠다는 것이다. 중개업소 실장은 “건설사들은 이제까지 수익이 좋은 중대형을 주로 지었고, 중소형 전세 세입자들은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며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 하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무 소득 없이 하루가 저물었다. 장씨는 한숨을 길게 쉰 뒤 “이러다 서울에서는 살기 어려울 것 같네요. 왜 전세 난민이 생기는지 알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원하는 곳에 전세를 구하다 외곽으로 쫓겨 나가거나 전셋값이 싼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글=함종선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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