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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남북 균형의 추’ 한국 쪽에 기울다





[뉴스분석] 김영희 대기자가 본 공동성명 17·18항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남북한은 오바마·후진타오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과 베이징을 향해 각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북한은 남북 대화 재개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때로는 남북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를 갈망하는 것은 최악의 지경에 이른 경제사정을 개선해 보려는 궁책이면서 동시에 그것은 북·미 대화에 앞서 남북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염두에 둔 제스처이기도 했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보다는 대화 자체에 무게를 두었다. 그럴수록 남한의 입장은 위험하다 싶을 만큼 강경일변도로 일관했다. 그 배경에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수 없다는 계산에 있었다.



 남북한은 오바마·후진타오 정상회담에 각자의 입장을 얼마나 반영했는가. 공동성명만 가지고 보면 균형의 추는 한국 쪽에 기울었다고 하겠다. 공동성명은 사실상 북한이 보이콧하고 있는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정상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분명한 어조로 북한에 9·19 공동성명을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라고 촉구한 적은 없다. 이것은 분명히 앞으로 북한에는 부담스럽고 무시할 수 없는 구속력을 가질 것이다. 6자회담이 오랜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것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미·중 정상의 분명한 촉구는 북한의 9·19 이행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에 중국이 직접적인 이해와 관심을 가졌다는 의사표시다.



 반면 공동성명이 한국에 들으라고 한 말은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진정하고 건설적인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는 합의다. 아마도 북한은 이 부분을 상당히 아전인수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가장 가까운, 그리고 유일한 동맹이요 후원국인 중국이 미국과 함께 북한이 의기양양하게 밝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우려를 표명한 것은 북한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공동성명이 남북한 양측이 9·19 공동성명과 모든 관련 의무와 약속에 위배되는 행동을 취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한 것 또한 앞으로 북한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남북 양측의 행동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각종 노골적인 위반행위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안까지 원용한 것은 국제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의 명분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남북한에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우라늄 문제와 관련된 이슈를 협상할 필요성에 합의한 것은 중국의 입장과 워싱턴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6자회담 재개론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는 중국 중심의 6자회담 재개 움직임에 진지하게 대비해야 할 부분이다. 이것은 한국이 제시한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에 대한 입장에 유연성이 불가피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오바마·후진타오 회담이 남북관계와 동북아 긴장에 돌파구를 열어줄 것인가. 그 대답은 세 가지에 달렸다. 첫째는 중국이 온 천하에 공개한 미국과의 합의를 북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성의를 갖고 태도 변화를 요구하느냐에 달렸다. 이것은 중국 자체의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북한에 대한 옹호·미온적인 태도의 변화를 암시한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과 경우에 따라서는 압력행사가 없으면 성명은 성명으로 끝날 것이다. 중국이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에 충분한 지렛대를 갖고 있다. 둘째는 북한이 오바마·후진타오 합의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느냐다. 여기서 변수는 북한 내부사정이다. 아마도 군부 강경세력은 미·중 합의에 불만을 표출할 것인데 문제는 김정일이 얼마나 현실적인 입장에서 내부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느냐다. 셋째는 미국과 중국 간에 공동성명 합의이행을 위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고, 한국이 이 호재를 살려 중국과의 협의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 강화는 좋지만 북한이 제안해 온 남북 대화 재개에 보다 신축성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한이 중국을 상대로 몽니를 부릴 구실을 주지 않는다. 미·중 합의는 오랜만에 주어진 한반도 긴장완화의 기회다. 우리의 소극적인 노력으로 이 기회의 힘을 뺀다면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 준 남북관계 개선과 우리의 절체절명의 과제인 북한 비핵화와 동북아 안정회복의 기회는 다시 멀어질지도 모른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미·중 공동성명 17, 18항 =17항은 ‘핵 확산과 핵 테러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국제 핵확산 금지 체제 강화’ 문제를, 18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각각 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8면 ‘공동성명 요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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