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영화 리뷰/‘조선명탐정’] 배우 김명민은 보이는데 스토리는 보이지 않는다







사고뭉치·좌충우돌·자아도취 명탐정(김명민·왼쪽)과 그를 보조하는 개장수 서필(오달수).



배우 김명민. 역시 ‘명민’하다. 그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에서 맡은 명탐정은 매력지수가 상당히 높은 캐릭터다. 말 끝마다 “뭘 해도 완벽하지 않느냐”는 ‘자뻑형’이다. 하는 짓마다 명석함과 멍청함을 넘나들고, 피살자 뒤통수에서 대침을 뽑아내 사인(死因)을 밝힐 때는 셜록 홈즈 뺨치는 추리가 입에서 줄줄 쏟아진다. 그러면서도 ‘김상궁의 은밀한 매력’ 같은 음란서에 군침을 참지 못하는 속물.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카리스마 만점 지휘자 강마에, ‘하얀 거탑’의 야망에 불타는 외과의 장준혁에 이어 배우 김명민의 ‘캐릭터 열전’에 추가될 만한 인물이다.



 그런 캐릭터를 김명민이 천연덕스레 소화하는 모습은 꽤나 유쾌하다. ‘베토벤 바이러스’’하얀 거탑’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김명민은 확실히, 어떤 특정 상황에 처한 인물보다 성격이 뚜렷한 인물을 연기할 때 더 빛나는 배우다. 늘 진중해 보이던 그에게 코미디가 어울릴까 싶었던 의구심을 이 영화는 싹 가시게 해준다.



 정5품 탐정의 임무는 정조의 명을 받아 공납비리를 캐는 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사 사칭, 탈옥 등의 사고를 쳐 잠시 열녀(烈女) 심사를 하며 근신하게 된다. 명탐정은 노론의 영수 오판서(이재용)의 자살한 조카며느리 건을 조사하면서 의문점을 발견한다. 홈스로 치면 조수 왓슨, 배트맨으로 치면 로빈 격인 개장수 서필(오달수)과의 콤비플레이는 수준급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닮았다.



 이미 ‘방자전’을 통해 심상한 대사도 그의 입으로 흘러 들어가면 찰기가 잔뜩 붙어 나옴을 입증했던 오달수는 김명민과 여유만만한 호흡을 보여준다. 둘이 좌판을 엎고 도망가는 시장통 추격 장면, 지하 굴 속에서 거대한 흑구(黑狗)와 맞서는 장면 등 제법 스펙터클하게 시대극을 요리한 시도도 좋았다.



 웃음만으로 두 시간이 채워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조선명탐정’의 짜임새는 안타깝게도 요령부득에 가깝다. 원작은 김탁환의 소설『열녀문의 비밀』인데, 원작의 추리적 요소는 거의 걷어냈다. 걷어낸 건 2차 창작자의 선택이라고 쳐도, 이야기가 길을 잃을 정도까진 가지 않았어야 했다. 수학문제 5분 풀었다가, 영어 단어 10개 외웠다가, 다시 국어문제 풀어볼까 기웃거리는 주의 산만한 학생을 보는 것 같다. 즉 코미디에 주력하는 듯 했다가, 열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나 싶었다가, 마지막엔 정조에 정면도전하는 오판서를 내세워 현실정치와의 접속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천주교·실학 같은 시대적 변수나 열녀 죽음의 열쇠를 쥔 한객주(한지민) 같은 주요 인물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인물은 남았으되 이야기는 실종된 모양새다. 설 극장가에 어울리는 코미디일 수는 있겠으나, 유쾌·상쾌했던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 감독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욕심을 내야 했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