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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가축’ 1300마리 가슴에 묻을 뻔 …





살처분 지침 변경에 시름 던 강원축산기술센터 박연수 박사



복원하고 있는 칡소와 함께 한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실험담당 박연수씨. 박씨는 센터가 구제역에 뚫렸지만 발병한 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살처분을 면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옥에 빠졌다 나온 느낌입니다.”



 횡성군 둔내면 강원도축산기술센터 실험담당 박연수(49)씨는 20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센터에서 관리하던 번식우 2마리가 구제역에 걸렸지만 정부의 살처분 지침이 바뀌어 발병한 2마리와 의심증세를 보인 4마리 등 6마리만 살처분 했을 뿐 나머지는 계속 기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15년째 관심을 갖고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토종 칡소는 1마리도 살처분하지 않았다. 정부는 19일 밤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한 후 14일 지난 가축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가축만 살처분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축산기술센터는 4일 백신을 마쳤다. 칡소 1마리가 구제역에 걸려 1100여 마리를 살처분해 연구기반이 붕괴된 경북축산기술연구소와 비교되는 상황이다.



 도축산기술연구센터는 고능력의 유전자를 지닌 종모우 생산사업을 주력으로 추진하는 동물유전자원 관리기관. 이곳에는 한우 404마리와 토종 칡소 83마리, 재래 닭 938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종모우로 선발되면 마리 당 10억원의 가치를 지닌 후보 종모우도 14마리 있다.



 박씨를 비롯해 축산기술센터 전 직원은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한 달 가까이 출퇴근을 하지 않고 구제역 방역에 온 힘을 쏟았다. 여직원은 숙직실, 남자 직원들은 사무실을 임시 숙소로 꾸며 지내며 방역활동을 벌였다. 배춧국 등 기본적인 요리로 식사를 해결하고, 몸이 아프면 전화로 의사의 처치법을 듣고 비상 상비약으로 치료를 대신하는 등 ‘참살 없는 감옥’같은 생활을 했다.



 그런 노력에도 19일 번식우 5마리에서 구제역 의심증세가 나타났다. 박씨는 이날 1300여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는 “눈 앞이 캄캄하고 그 동안의 생고생이 물거품이 됐다고 생각하니 온 몸의 힘이 쏙 빠졌다”고 19일의 심정을 토로했다.



 1996년 칡소 3마리를 시작으로 토종 복원사업을 시작한 박씨는 2006년 강원대에서 ‘번식공학기술에 의한 재래 칡소의 증식에 관한 연구’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칡소는 호랑이 무늬가 있어 호반우(虎班牛)라고도 불리며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빼기 황소’와 동요 ‘송아지’에 나오는 ‘얼룩소’는 칡소에 유래됐다. 강원도축산기술센터가 보유한 칡소는 충북과 울릉도 칡소 복원사업의 모태가 될 정도로 유전자원이 우수하다. 20일 목소리가 다시 밝아진 박씨는 “힘들지만 구제역으로부터 강원도 축산기반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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