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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리더십 바이러스, 백신은 있는가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




‘씽씽 불어라~’ 하는 노래와 함께 김연아 선수가 춤을 추는 장면이 TV에 비춰지면 사람들은 그것이 에어컨 광고라는 걸 기억한다. 강호동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어떤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홈쇼핑 채널에서 쇼 호스트가 마감이 임박했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를 들 수도 있다. 우리의 뇌 속에 저장된 셀 수 없이 많은 상징이 우리 행동에 어떤 징후로 나타난다. 이성적인 긴장감 없이 무의식적인 판단이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에게 자신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추천까지 하게 된다. 생각을 전염시키는 것이다.



 작가인 리처드 브로디는 이런 현상을 마인드 바이러스가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인드 바이러스란 광고를 통해 브랜드 구매에 영향을 주거나, 혹은 다른 이의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것처럼 생각이 전염되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감염 속도와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세계를 들썩이고 있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위력이 강력한 예다.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될수록 일상의 모든 판단이 자신도 모르게 조정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어떤 때에 침투하는가. 틈이 생겼을 때다. 광고의 경우를 보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에게 광고는 고도로 계산된 심리전으로서 이성의 빗장을 열게 하는 것이다. 좋아할 만한 연예인을 모델로 쓰거나 신선한 메시지로 틈을 만들거나, 수없이 반복·노출시켜 강제 침투하는 방식이다.



 최근 종영된 신데렐라식 드라마는 서로의 몸 바꾸기라는 판타지를 통해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꿈을, 그 꿈의 불가능성이 주는 절망을 대리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절망의 틈을 바이러스가 비집고 들어선 것이다. 바이러스 효과는 드라마 폐인증후군을 만들었다. 틈은 불안한 마음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EBS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가 그 예다. 탄탄한 인문학 지식이 필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그의 매력적인 강의스타일과 하버드라는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타이틀에 더 끌린 것은 아닐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묻게 된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지’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이 복잡한 머릿속을 주판을 털 듯 흔들어 말끔하게 정돈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강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듣는 이로 하여금 불편한 현실을 만든 정치인들에게 던지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카타르시스 바이러스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바이러스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나 자신의 의지보다는 바이러스 영향력에 끌려 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자의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면역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광고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고정관념 바이러스에 갇혀, 삶이 고정본능으로 지탱되는 무미건조한 것이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그외에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아직 본성을 드러내지 않은 많은 바이러스들이 있지만 인간은 아직 동물에 비해 강자다.



  자, 이제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해 말해 보자. 발생 50여 일 만에 가축 200만 마리가 살처분, 매몰되었고 피해농가 4000가구에 예상 피해액만 1조3000억원을 넘었다. 이는 초기 단계의 오판과 10억원 정도 되는 육류수출을 지키려 늑장 대응하다 결과적으로 재앙을 만들게 된 것이다. 비탄에 젖은 농가와 가축이 처분되는 광경을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우리는 몸도 맘도 무겁다.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 더 무섭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를 잠재운다고 해도 축산업은 1∼2년 내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며 이미 한국 축산업이 치명적 타격을 받았음을 지적했다. 그뿐인가.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문제는 어찌 해결할 것인가.



이쯤에서 리더십 바이러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황에도 사안을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뭉그적거리며 딴청 피우는 정치인들은 신종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고 본다. 만약 너무 강한 악성 바이러스라 백신도 없다면 그들도 마땅히 처분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가 정한 집행유예 기간은 1년이다.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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