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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스마트 복지’









그 어렵다는 금연, 돈이 걸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내의 잔소리도, 딸의 필살 애교도 꿋꿋이 버텨낸 애연가들이 돈 앞에선 결국 담배를 끊는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빈곤퇴치연구소가 2006년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실험한 결과다. 현지 은행과 손잡고 흡연자 2000명에게 매주 일주일치 담뱃값을 강제 저축하게 했다. 6개월 뒤 소변 검사에서 금연이 확인되면 돈을 돌려주고, 실패하면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다들 제 주머니에서 나온 피 같은 돈이 아까워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였다.



 10대 임신을 막는 데도 돈은 쏠쏠한 인센티브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12~18세 여학생이 임신하지 않고 학교를 계속 다니면 주 정부가 하루 1달러씩 모았다가 대학 학자금으로 준다. 주 1회 건전한 성생활 강의를 듣는 게 조건이다. 당연한 일을 왜 보상하느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하지만 미국은 여성 열 중 셋이 스무 살 전에 덜컥 임신하는 나라다.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10대 미혼모 탓에 복지 비용이 해마다 9조원 이상 든다. 가래로 막을 걸 호미로 미리 막으니 오히려 현명한 투자란 주장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무상 복지’ 논란이 한창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돈을 똑똑하게 쓸지 고민 중이다. 조건 없이 거저 줘선 안 된다는 게 기본적 공감대다. 담배를 끊고 10대 임신을 피하도록 돈을 받는 쪽에도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멕시코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수혜자인 복지제도 ‘기회(Oportunidades)’가 그중 하나다. 빈곤 가정에 지원금을 주되 자녀를 잘 키우란 조건을 붙인다. 학교 출석률이 85%를 넘고 건강 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귀한 나랏돈이 홀랑 먹고 마시는 데 쓰이는 걸 막는 장치다. 아이들이 교육 잘 받고 건강해야 장차 ‘복지 대상’에서 벗어날 거란 계산이다.



 이후 가난한 집 아이들 키가 쑥쑥 자랐다. 농촌 지역 고교 진학률은 두 배로 늘었다. 그 놀라운 효과에 브라질·칠레 등 25개국 이상이 멕시코와 닮은꼴 제도를 만들었다. 뉴욕시는 이름까지 대놓고 베낀 ‘기회 뉴욕(Opportunity NYC)’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 복지’가 대세다. 자기 돈 아니라고 펑펑 써댈 생각 말고 멕시코 가서 돈 잘 쓰는 법부터 배워 올 일이다.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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