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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4년차 여당의 반란 한국식 대통령제의 숙명

청와대와 한나라당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1월 12일)가 몰고 온 후폭풍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26일)이 취소되면서 감정 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 안상수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이 딱 한 사람한테 감정이 있다”는 청와대의 언급이 나오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격분하고 있다. 갈등이 봉합되기보다 “오히려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정두언 최고위원)는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자의 사퇴 국면을 주도한 안상수 대표발(發) 1·10 반란은 이 대통령 집권 4년차에 터졌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집권당 대표가, 더구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집권 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 4년차에 똑같은 일을 겪었다. 집권 4년차마다 되풀이되는 집권당의 반란은 한국 정치의 ‘그림자’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주도해나가는 당·청 관계, 대통령의 권력 운영방식과 정치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면에서 구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식 대통령제의 숙명”이라고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차이던 2006년엔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도중 하차했다. 친노의 핵심이던 두 사람의 사퇴를 주도한 건 집권당 지도부(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였다. 이 총리는 3·1절 골프 파문으로, 김 부총리의 경우 논문 표절 의혹이 공격의 소재가 됐다.

김병준(국민대 교수) 전 부총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분위기가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낙마한 건 언론 때문도 야당 때문도 아니다. 여당에 당했다. 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니까 야당에 불신임 결의안을 내라고 부추기는 등 열린우리당이 (사퇴 요구에) 앞장섰다”는 말을 했다.

김 전 대통령 역시 임기 4년째인 2001년 집권당과 충돌한다. 안동수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충성 메모’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정장선·정범구 의원 등 민주당 소장파들이 들고 일어났다. 임명 43시간 만에 안 장관의 사퇴를 끌어낸 소장파의 반란은 곧 정풍운동으로 번졌다. 동교동계의 좌장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노갑 민주당 고문의 2선 퇴진 요구로 이어지면서 권력투쟁 양상으로 확대됐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저수지의 물이 모두 흘러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며 “가장 가까운 사람이 먼저 보따리를 싸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집권 4년차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이다. ‘미래 권력’이 태동하는 시기다. 여권의 무게중심이 대통령에서 당으로 기우는 분기점이다. 여기에 총선이나 지방선거 같이 당의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정치 일정이 겹칠 경우 ‘반란’의 폭발성은 더 높아진다. 2001년의 경우 다음 해인 2002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요동치던 때였다. 이해찬 총리 사퇴 논란이 거셌던 2006년 3월은 5·31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총리를 유임시켜선 지방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논리로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번 1·10 반란의 밑바탕엔 4·27 재보선과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의원들 사이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공포가 팽배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50% 넘게 나온다는데 실제 지역에서 체감하는 건 20~30% 정도”(홍정욱 의원)라거나 “이번 인사 문제(정 후보자 사퇴)는 당이 잘했다고 한다. 후반기로 가면 당이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정태근 의원)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정 정권만의 현상이 아니란 점이다. “지금 같은 당·청 관계가 계속되는 한 다음 정권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는 지적이다. 중앙대 장훈(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이나 집권당이나 전임 정권에 대한 연구가 없다. 역사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없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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