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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인부 250명이면 20개월에 2억 벌어 … 브로커 개입 땐 소개료 억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한 보금자리주택 공사 현장의 함바집. 점심 시간이 되자 200여 명의 근로자가 한꺼번에 몰려 들어 주방이 바빠졌다. 식사는 한끼에 4000원으로 밥과 국에 다섯 가지 반찬이 나온다. 조용철 기자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의 한 끼 밥값은 4000원에 불과하다. 이런 함바집 운영권 비리에 전·현직 장·차관과 경찰 간부,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유가 뭘까. 고정수익이 나는 독점사업이기 때문이다. 함바집은 ‘울타리장사’로 불린다. 운영권만 따면 남는 장사라는 뜻이다.

현장 근로자가 많을수록 함바집의 이익은 커진다. 함바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소형 아파트 위주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현장보다는 민영 건설사의 현장이, 그보다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을 선호한다. 함바집 매출 관리 프로그램(일명 ‘식수(食數)프로그램’) 운영업체인 한국알파포스의 나명진(47) 사장은 “프리미엄 3000만원짜리 함바집 운영권이 브로커를 거치면 억대가 된다”고 말했다. 함바집 운영권이 뇌물 상납이나 건설사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되는 까닭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대형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어림잡아 500곳. 소규모 건설현장을 합치면 1000여 곳을 헤아린다. 함바집 숫자는 공사 현장 숫자와 같다. 20여 년간 함바집을 운영해온 진태화(43·그린에코푸드 대표) 사장과 함바 운영업자 유상봉씨에게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송모(57)씨에게서 함바집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13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한 공사장. SH공사가 발주한 국민임대주택(일명 ‘보금자리주택’)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현장 근로자 200여 명이 줄줄이 함바집으로 향했다. 금세 긴 줄이 생겼다. 330㎡(약 100평) 남짓한 크기의 식당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메뉴는 밥에 된장국, 돼지갈비뼈찜, 오징어무침, 콩나물, 깻잎, 오이무침의 1식 1국 5찬.

함바집 사장이 기록한 13일 매상 장부. 점심식사를 한 인부들의 숫자를 설비·전기 등 업종별로 바를정(正)자로 표시했다.
2009년 9월부터 이곳에서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는 진태화씨는 “밥값이 4000원이지만 일반 식당의 6000원짜리에 견주어 맛과 영양이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진씨는 “식당 임대료가 따로 없고 자율배식으로 인건비가 덜 들어 이런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액이 얼마나 될까. “하루 200명이 1식 4000원에 아침·점심·참을 먹는다고 계산하면 월 매출액이 4800만~5000만원입니다. 이 중 식재료비가 2700만원, 직원 5명 인건비 1100만원, 전기·가스료 등 600만원을 제하면 한 달에 500만원 정도 남아요. 예전엔 마진이 30%가량 됐는데 요즘은 물가가 올라 16~18%입니다. 여름철 골조 작업이 시작되면 근로자가 늘어나 한 달 매출이 8000만~9000만원 되죠.”

나명진 사장이 서울·경기 지역 함바집 100여 곳의 영업실적을 근거로 계산한 결과 600가구를 짓는 아파트 공사에 근로자 250명이 투입된 경우 함바집의 이익은 20개월에 2억 2400만원이다. 900가구 공사(350명)이면 3억원, 2000가구(1500명)이면 13억원(매출액은 43억원)으로 늘어난다.

진씨는 1991년 함바집 일에 뛰어들었다. 군 제대 후 함바집을 하던 어머니를 도우면서 일을 배웠다. 95년 결혼 직후 부인 이해영(41)씨도 가세했다. 지금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15곳의 함바집을 운영했으며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한 적도 있다.

20년 세월 동안 함바집도 많이 바뀌었다. “84년 서울 상계동에 처음 아파트 건설이 시작될 때 어머니는 한 끼에 700원을 받았어요. 95년 안양 박달동 금호건설 아파트 건설현장에선 2200원으로 올랐죠. 900가구 규모여서 월 2000만~3000만원을 벌었죠. 돈 벌이는 그때가 더 좋았어요. 밥 말고 술과 안주를 팔 수 있었거든요. 매출 구조는 식사 45%, 간식 15%에 술·안주·잡화류 판매 비중이 40%였어요. 지금은 식사 93%, 간식 7%로 변했고 1군 건설업체의 함바집에선 술과 안주는 아예 팔지 않습니다. 안전사고 예방 차원이죠.”

함바집이 현금 장사여서 탈세의 온상이었다는 것도 옛날얘기란다. 지금은 매출이 실시간으로 잡히고 식대는 45~70일이 지나서 계좌로 이체되기 때문이다.

-요즘도 현장소장 등에게 명절 때 뒷돈을 주나.
“7~8년 전 명절 때면 건설회사 직원들이 전화해서 ‘뭐 없냐’고 물었어요. 요즘은 이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배 30박스를 사서 트럭에 싣고 거래처를 돌았는데 모두 받기를 거절하더라고요. 식구들이 배를 먹느라고 몇 달간 고생했어요.”

함바집을 운영하면서 겪는 애환도 많다. “매일 새벽 4시50분에 일어나 6시에 아침 차리고 저녁 7~8시에 일이 끝나요. 하루 14시간 일합니다. 명절과 근로자의 날 빼고는 일 년 열두 달 군대처럼 제 시간에 밥을 해야 해요. 친척이 상을 당해도 못 가고. 이걸 2년 동안 하면 현장 근로자들과 정이 안 들 수가 없어요. 이 일, 정말 책임감 없으면 못 합니다. 부지런해야 하고요. 다음 현장을 못 따면 몇 개월 놀아야 하잖아요.”

진씨는 16년 전 안양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만났던 부산의 토목공사 목수팀을 최근 이곳 함바집에서 다시 만났다고 했다. “당시 팀원 13명 중 5명이 여기로 온 거예요. 살아 있으니 돌고 돌아서 만나게 되더라고요. 함바는 밥 장사가 아니라 사람 장사입니다.”

-함바집 운영권 비리의 원인은 무엇인가.
“90년대 초만 해도 함바는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걸로만 여겼어요. 92년 노태우 정부 때 주택 200만 호 건설로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에 공사 현장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98~2000년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건설 열풍이 다시 불었고, 이 과정에서 운영권 경쟁률이 2대 1, 3대 1로 올라가고 무경험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런저런 피해가 생겨난 거죠.”

-유상봉 회장을 알고 있나.
“함바업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죠. 유씨가 운영권을 따서 직접 함바집을 했다면 문제가 안 됐을 겁니다. 2차 브로커를 고용한 것이 화근이죠. 이중계약을 남발하면서 피해가 커졌고요. 전국 대형 건설공사의 60~70%를 싹쓸이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은 업계에서 유씨가 유일합니다.”

함바집 운영권이 로비로만 좌우되는 건 아니다. 건설회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기 위해 금융권 인사에게 주기도 하고 회장 친인척이 꿰차는 경우도 있다. 비리가 많다 보니 요즘엔 회사가 직영하거나 노조에 운영권을 주기도 한다. GS건설은 회사 퇴직자들에게 운영권을 준다고 한다.

-비리를 끊을 대책은 있나.
“경쟁 체제를 도입해 우수 업체를 키우는 것입니다. 함바 운영권을 따면 일정액을 회사에 복지기금 형태로 내놓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진씨에게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거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천직인데, 계속해야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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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