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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카드 다 썼다, 호남·경남 뚫리면 축산업 끝”

-정부가 13일 제주도와 호남·경남에서도 소·돼지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는데.
“마지막 남은 제주·호남·경남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 이렇게 하고도 호남·경남이 뚫린다면 한국의 축산업은 끝이다. 청정국이 되지 못하면 수출이 막힌다. 구제역이 자주 발생하는 중국에서 값싼 축산물이 밀려드는 것을 막을 명분도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 축산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유사 이래 한국 축산업의 최대 위기다.”

-백신을 써도 구제역이 쉽게 번질 수 있다는 말인가.
“백신만으로는 절대로 구제역을 근절할 수 없다. 백신을 놓았다고 안심하고 방역을 소홀히 하면 구제역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백신 주사와 함께 차단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앞으로 6개월 동안 백신을 접종한 모든 가축의 이동을 제한하고 검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한두 마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백신을 맞으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데 동물은 안 되나.
“사람도 병에 따라 백신이 잘 듣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현재의 구제역 백신은 면역 효과가 부실하다. 구제역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다.”

-백신을 쓰고, 소·돼지를 살처분하는데도 구제역이 확산하는 이유가 뭔가.
“구제역을 사람이 옮기기 때문이다. 수많은 가축이 죽어나가는 상황인데도 방역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있다. 방역 차단을 철저히 하면 안동시 한가운데 있어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다.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떤 사람이 문제인가.
“축사에 접촉하는 모든 사람이다. 농장주는 말할 것도 없고 수의사·컨설턴트·축산중개인·사료차운전자·인공수정사 등 소·돼지와 접촉하는 사람들은 농장을 출입할 때마다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걸 안 지킨다. 역학조사를 해보면 이런 사람들이 인접 지역으로 구제역을 옮기고 다닌다. 난리가 났는데도 초상집에서 모이고, 농민을 위로한다고 모여서 술 마신다. 어처구니가 없다.”

-경북축산과학연구소도 구제역에 뚫렸다.
“그 소식을 듣고 참담했다. 민간 농장도 아니고 지자체의 축산연구소인데…. 우리의 축산 인프라가 이거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연구소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하지만 제대로 방역만 했다면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6일 동안 정부에 구제역 발생 보고조차 하지 않고 시간을 다퉈야 하는 살처분을 미룬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전국적으로 퍼진 이번 구제역의 직접 원인은 뭔가.
“초동대처에 실패한 때문이다. 안동 지역 돼지 농장에서 첫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해 11월 23일이다. 이후 28일까지 6일 동안 의심신고가 잇따랐지만 모두 경북가축위생시험소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9일 시료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 보낸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 그 뒤 서둘러 방역에 나섰으나 이미 방역에 구멍이 뚫린 뒤였다.

이렇게 된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구제역 검사는 현장에서 증상을 보고 진단하는 임상검사가 있다. 다음으로 지역 시험소에서 간이검사를 한다. 최종적으로 국립 검역원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 지역시험소에서 증상을 보고도 구제역을 의심하지 않은 것은 담당자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시험소의 간이검사 장비로는 최초 구제역 감염 뒤 10일 뒤에나 감지할 수 있다. 베테랑 공무원이 있었다면 자체 간이검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시료를 검역원으로 보내 바이러스 검사를 요청했을 것이다.”

-관계 공무원들이 왜 이런 실수를 했나.
“수의사와 방역 공무원 조직이 축소·와해됐다. 이 분야는 3D 직종이지만 진급하기 어렵다. 교육을 시켜놓고 조금 있으면 인사이동 때 다른 자리로 옮긴다. 그러다 보니 경험 있는 공무원이 별로 없다. 방역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베테랑 공무원을 두려면 대접을 해줘야 한다.”

-구제역의 발생빈도가 잦아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구제역 등 외국에서 오는 전염병이 잦아질 것이다. 교통이 발달하고 국제교류가 늘어나면서, 축산이 기업화·세계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 구제역이 일상화돼 있는 나라를 다녀오는 여행객과 축산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장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호주는 구제역 청정국이 아닌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구제역은 사람이 옮기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축산이 시스템화돼 있을 뿐 아니라, 방역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고 규정을 실천하기 때문에 청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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