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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한국 주도 통일이 자국에 도움 된다고 결론 못 내려”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왜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것일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속셈은 무엇일까. 이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어떠할까.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

그는 2009년 10월 베이징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미·중 간 한반도 문제 관련 비공개 회의의 핵심 참여자다. 나중에 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당시 회의는 미국과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일 이뤄진 글레이저와의 인터뷰는 최근 논란을 일으킨 중국의 스텔스기 젠-20 시험비행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 중일 때 중국은 스텔스기 젠-20 시험비행을 했다. 중국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중국이 모종의 신호를 보내기 위해 의도한(intentional) 것이라고 본다. 최근 미국이 중국 주변에서 거행한 여러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고의적으로 중국에 압력(pressure)을 가하고 있다고 여긴다. 중국은 중단됐던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다시 시작하기는 했지만 자국 국익을 관철할 것이며 또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위하는 것이다.”

-보도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몰랐던 것처럼 돼 있다. 과연 그랬을까. 미국 언론은 후 주석의 권력장악 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능력이 과거 (마오쩌둥)와 같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후 주석이 젠-20 비행을 몰랐다는 건 넌센스다. 난 안 믿는다. 중국 지도부는 군부를 잘 통제하고 있다.”

-게이츠 장관의 방중 때 한반도 급변 사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나.
“지난해 12월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셸 플러노이 미 국방부 차관과 마샤오톈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간의 연례 국방협의회에서도 급변 사태의 가능성에 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임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세부적인(detail) 토의가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게이츠 장관도 중국 방문 때 미·중이 그런 토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거론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중국 측과 협의하진 못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미국과 협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중국은 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 꺼리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이 그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란 걱정도 있다. 둘째, 실제로 미국이 급변사태를 유도할 것이란 걱정도 중국은 한다. 셋째, 중국이 갖고 있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다. 최근 미국이 동아시아 국가와 했던 일련의 합동 군사훈련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 한다’는 중국의 의혹을 더욱 키웠다. 넷째, 급변사태 이후 통일된 한국에서 주한미군이 38선 이북에 주둔하는 데 대한 걱정이다. 요컨대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대한 중국의 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은 정말 급변사태의 가능성이 없다고 믿고 있나.
“중국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급변사태는 미국이 조성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중국은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야 하며 그러면 급변사태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중국도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며) 하지만 이는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그래도 중국 나름대로의 계획은 있지 않을까.
“중국이 특히 염려하는 것은 대량의 난민이 중국 동북 쪽 국경을 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계획이 잘 짜여 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 이후 정치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준비가 잘 안 돼 있다고 본다.”

-한국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 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속셈이다. 중국이 한반도 정책의 원칙으로 늘 ‘평화안정’을 주장하는데 이는 현상유지 정책의 다른 표현 아닌가.
“물론 최근 북한의 도발행위(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나 북한의 외교정책에 중국이 반대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유지는 현재 중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현상유지가 다른 대안들보다 낫기 때문이다.”

-중국이 현상유지로 얻는 실익은.
“중국은 북한을 미군의 세력확장을 막아주는 완충지대(buffer zone)로 생각한다. 또 통일된 한국이 중국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통일 한국이 중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결론에 아직 이르지 않았다. 중국은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급변사태 논의에 소극적인 중국을 어떤 논리로 어떻게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만약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발언과 같이 한국이 통일되더라도 미군을 38선 이북에 주둔시키지 않는다고 약속한다면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중국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계속 논의해 나가야 한다. 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어떻게 제거할지에 대해서도 미리 협의해 놓아야 한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은 급변사태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중국과는 그런 협의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어떤 조건하에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고 보나.
“중국의 국익에 해가 돼서는 안 된다. 통일된 한국 지도부와 중국 지도부가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통일 이후 미군의 성격에 대한 규정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한국·중국과 토의해야 한다.”

-정부 고위 레벨에서는 미·중 간에 급변사태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지만 반관반민(1.5 트랙) 차원에서는 논의가 있었으며 당신도 참가한 것으로 안다. <중앙일보 2009년 10월 23일자 14면>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어느 정도로 구체성 있는 논의가 이뤄졌나.
“당시 미국에선 나를 포함, 15명 정도의 전문가가 협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건 비공개 모임이었으므로 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 그 모임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의견을 교환한 자리였으며 의제가 급변사태 대응책에 국한된 회의는 아니었다.”

-미·중 정상회담이 19일 열린다.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은 당분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연이어 겪은 한국이 쉽게 ‘대화모드’로 바꾸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 내 이미 대북 정책의 변화 기류가 생겼다는 것을 나는 감지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의 사격 훈련에 보복하지 않은 점, 또 최근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유화 제스처들이 상황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오바마 정부는 보는 듯하다. 긴장완화의 찬스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도 북한이 계속 긍정적인 제스처를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이게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 다만 북한의 유화자세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 한국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계속 힌트를 주고 있는데 이를 한국은 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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