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美, 5년 전엔 대충 접대 … 이번엔 중국 떠받들기

2006년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후진타오 중국 주석 환영식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후 주석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다. 식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 부시 대통령의 손짓에 후 주석이 단상을 떠나려 했는데 환영식이 더 남은 걸 안 부시 대통령이 황급히 잡은 것이다. [AP=연합뉴스]
2006년 4월 20일 오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의 남쪽 잔디밭. 무역 마찰 등을 둘러싼 격심한 미·중 갈등에도 불구, 이날만큼은 ‘오성홍기(五星紅旗)’가 거리낌없이 펄럭였다. 수퍼파워로 웅비하던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첫 방미를 환영하는 공식행사 자리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전차량을 타고 도착한 후 주석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얼마 후 식순에 따라 중국의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장내 방송에서는 중국의 국명이 낭독됐다. 그 순간, 도열했던 중국 측 인사들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이란 공식 국명에서 ‘인민(People’s)’ 부분이 빠진 채 불러져 결과적으로 ‘대만(Republic of China)’을 지칭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어이없는 결례였다.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 주석의 인사말 도중 맞은편에서 돌연 중국 중년 여성의 고함이 터져나왔다. “부시 대통령, 그가 파룬궁을 탄압하는 걸 저지하라.” 곧이어 살벌한 중국어 구호들이 이어졌다. “하늘은 중국공산당을 멸하리라(天滅中共).” “공산당은 사기꾼들의 당이다(共産黨是騙自黨).”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아온 파룬궁 여성 수행자이자 의사인 왕원이 감행한 1인 항의 시위였다. 그는 즉각 끌려나갔지만 험악해진 분위기를 바로잡기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행사 끝 무렵, 부시 대통령 자신이 무례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식이 마무리됐다고 착각한 부시는 후진타오에게 연단에서 내려가도록 안내했다 실수를 알아차린 뒤 후 주석의 팔을 붙잡아 끌었다.
세계 최강의 수퍼파워 미국이 중국 정상을 맞이하는 공식행사에 상상할 수 없는 결례가 3건이나 발생했던 것이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해 11월 4일 엘리제궁 만찬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사르코지 대통령과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 후 주석과 부인 류융칭 여사. 사르코지는 후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부부가 공항영접에 나갔다. [AP=연합뉴스]
생각지 못한 결례에 당황한 부시는 이후 정식으로 후 주석에게 사과한다. 그는 이날 백악관 회의실에서 열린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유감을 표시했고, 후 주석도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의전상의 미스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미 중국대사관에서는 후 주석의 방미 일정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조사팀을 백악관에 보냈다. 겉으론 파룬궁 수행자가 어떻게 백악관에 잠입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 조사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항의 방문으로 비쳐졌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본토의 민심이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 언론들은 상세히 보도하고 나섰으며 이를 중국 네티즌이 본토의 인터넷 사이트에 퍼나르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반미 감정이 악화됐음은 물론이다.

5년 전 후 주석 방미는 처음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국가주석 취임 후의 첫 방미라는 상징성에다 격식을 중시하는 후 주석의 개인 성향이 맞물려 중국 측은 최고의 의전 단계로 여겨지는 국빈방문(State Visit)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식방문(Official Visit)으로 한 단계 급을 낮췄다. 대신 국빈방문 때 이뤄지는 21발의 예포 사격과 백악관 남쪽 뜰에서 도착 행사를 해주는 선에서 체면을 세워줬다.

그 후 5년만인 오는 18일(현지시간).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막강해진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또다시 미국 땅을 밟는다. 이번 방문은 여러모로 과거와는 판이하다. 호스트가 공화당 부시 대통령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 바뀌었다는 것부터 달라졌지만 대우도 공식방문에서 국빈방문으로 격상됐다. 이번에도 미·중 간의 분쟁거리가 적지 않다. 위안화 절상 문제로 대표되는 무역분쟁,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등 중국 내 반체제 인사 탄압 시비, 그리고 대만의 군사적 지원 문제 등 꼽아보면 여럿이다. 그럼에도 이번 후 주석을 국빈 초청한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야당인 공화당 측도 토를 달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무대에서 현격하게 달라진 중국의 위상이 단적으로 감지되는 대목이다.

지난 5년 전의 결례에 대한 만회 차원에서든, 국제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든 미국은 후 주석을 깍듯이 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자 워싱턴 포스트도 “후 주석 방미를 앞두고 백악관은 2006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최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후 주석을 전례 없이 극진히 대접한 바 있어 미국도 이번엔 다를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사상 첫 공항 영접
실제로 지난해 11월 초 프랑스를 방문한 후 주석에 대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접은 파격적이었다. 사르코지와 브루니 부부가 직접 오를리 공항에 나가 그를 영접했다. 외빈을 맞으러 대통령 부부가 공항에 나간 건 프랑스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뿐 아니다. 사흘간의 방문 일정 내내 사르코지 자신이 후 주석의 관광안내원인 양 수행하다시피 했다. 방문 당일 엘리제궁에서 국빈 만찬을 베풀어준 것도 모자라 다음 날 사르코지는 아침부터 후 주석과 니스로 내려가 온종일 그를 안내했다. 그러고는 밤이 이슥해지자 자신의 단골 레스토랑 ‘라 프티트 메종(La Petite Maison)’에 후 주석을 데리고 가 격식 없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사르코지의 특별대우는 정성 어린 대접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그는 국익을 위해 여론의 비난도 서슴없이 감수했다. 인권문제로 후 주석이 곤경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정상회담 후 으레 뒤따르는 공동 기자회견마저 없애버렸다.

취재진이 인권문제로 후 주석을 공격할 것을 막기 위한 배려였다. 특히 당시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된 류샤오보의 억류 문제를 놓고 중국에 대한 국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중국의 인권문제에 눈감아버렸다는 비난이 들끓었지만 사르코지는 한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손님을 초대하면 잘 대접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일이 진전되는 게 아니다. 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르코지의 지극 정성이 통했는지 중국은 후 주석의 프랑스 방문 일정 동안 프랑스로부터의 대규모 구매계약을 한다. 프랑스 주도의 다국적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로부터 102대의 여객기를 사들이는 계약에 후 주석은 서명했다. 더불어 핵시설 건설 및 통신장비 매매 계약도 중국과 프랑스 간에 맺었다. 모두 합치면 200억 달러(22조여원)를 넘는 빅딜이었다. 이처럼 중국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강대국 정상들마저 공을 들이는 현실을 미국이 외면할 수는 없을 게 분명하다. 자연 오바마 행정부도 국빈방문의 격에 맞게 최대한의 예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후 주석은 두 행사 외에 20일 미 의회를 방문,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를 만난 뒤 점심을 미국 내 친중 인사들의 모임인 미·중협회 사람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이후 그는 20일 오후 시카고로 날아가 현지 고등학교를 찾는다. 후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의 관심거리지만 그의 이번 시카고 방문은 특별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카고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은 후 주석의 시카고 방문을 오바마를 향한 유화 제스처로 해석한다. 중국의 경제지인 ‘21세기 경제보도’는 후 주석의 이번 방미를 ‘석우지려(錫憂之旅)’, 즉 “우려를 풀어주기 위한 여행”으로 표현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덜어내기 위한 방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후 주석은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홍보 영상물도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후 주석의 유화책이 급격하게 거칠어진 미국 측 심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가뜩이나 위안화 절상 및 북한·이란 핵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의 시험비행을 감행, 양국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12일 (현지시간) “중국이 젠-20을 개발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중국에선 아직도 환율과 자본 유출입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따라서 미국이 후 주석에게 최대한의 격식을 차리겠지만 양국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풀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