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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국채 발행 성공 글로벌 시장에선 4월 위기설 모락모락

엘레나 살가도(62·사진) 스페인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국채 39억 달러(약 4조4500억원)어치를 성공적으로 팔았다. 그는 곧바로 미국 경제전문 CNBC와 인터뷰했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라는 게 드러났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이웃 나라인 “포르투갈도 구제금융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살가도 재무장관은 여성이다. 유로존(유로사용권) 4위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그날 그의 인터뷰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는 평소 겸손한 실무형 장관이다. 기세등등한 총리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51)가 경제를 직접 챙기기 위해 “말 잘 듣는 그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보도했다. 그도 일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흔들어 놓았다. 그는 대서양을 건너 밀려드는 위기의 파도를 막기 위해 시중은행들에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가 재정적자 누적이었다. 적자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한다. 이후 그의 하루하루는 ‘금융시장의 늑대 무리’들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연속이었다. 그는 헤지펀드 등이 늑대처럼 떼지어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채를 투매(공매도)하는 것(울프팩·Wolf Pack)을 견뎌야 했다.

유로존 올해 1조 달러 빌려야
많은 전문가가 지난 한 주를 주목했다.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이 올 들어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00억 달러어치 채권이 순조롭게 팔려나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한 덕분에 수익률(시장금리)도 높지 않았다. 채권 입찰이 저조해 수익률이 높아지면 스페인·포르투갈 등의 재정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14일 스페인 금융시장 전문가의 말을 빌려 “살가도가 늑대공격을 일단 물리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완전히 격퇴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뭇 유보적인 평가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지난주 유로존 채권발행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올 한 해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차환 발행해야 한다. 그 규모가 1조95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주 조달한 100억 달러는 올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의 10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유로 시스템의 뇌관으로 꼽히는 스페인이 올 한 해 빚을 갚기 위해 조달해야 하는 돈은 1064억 달러다. 이는 정부의 빚만 셈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갚아야 하는 돈까지 합하면 2000억 달러를 넘어선다는 게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분석이다. 스페인 채무의 만기는 4월과 7, 10월에 집중돼 있다. 특히 4월이 문제다. 이달에만 530억 달러를 빌려다 빚을 갚아야 한다. 런던 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스페인 4월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의 스페인 방어작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EU 재무장관회의가 17~18일(현지시간) 열린다. 구제금융인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의 증액이 핫 이슈다. 지난해 5월 조성된 기금은 5800억 달러 수준이다. 유로 회원국 17개 나라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기금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기금의 자금을 2000억 달러 정도 늘려야 한다는 쪽이다. 유로존 리더인 독일이 반대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와 아일랜드를 돕는 데 기존 자금의 10% 정도밖에 쓰지 않았다”며 “기금을 늘려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방해해선 안 된다(구축효과)”고 말했다. 양쪽의 논란은 얼핏 보면 일상적인 논란이다. 하지만 유로존 리더십 부재의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위기 와중에 리더가 분명치 않아 시장의 불신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유로화 미래, 세 가지 시나리오
미국 금융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 등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의 국채보다 시중은행들의 채무를 주시하고 있다. 스페인 국채 등은 ECB 등이 거들면 어렵지 않게 팔려나갈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과 일본이 스페인 등의 국채를 사들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사정은 다르다. 여차하면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정부가 뛰어든다. 그 결과 재정상태가 더욱 나빠진다.

현재 그리스와 스페인 등이 ‘재정적자→빚 누적→신용 악화→디폴트 선언’으로 이어지는 재정위기 4단계 가운데 신용악화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14일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그리스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췄다. 지난해 말 무디스는 스페인을 신용등급 하향 조정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신용악화가 디폴트 선언으로 이어질지는 유럽 리더들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유럽 리더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최악의 상황이 오면 유로화의 운명은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중심부가 유로화를 포기하거나 ▶그리스 주변부가 유로 시스템에서 이탈하거나 ▶위기에 빠진 회원국이 국내용 통화를 따로 발행하는 길이다. 국내용 통화 발행은 대외 신인도를 감안해 공식적으로 유로화 폐기는 하지 않는 대신 B급 화폐를 발행해 유동성을 늘려 국내 경제를 회복시키는 전략이다. 2001년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가 국내용 통화를 발행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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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