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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에 유망 기업 추천할 때 CEO가 누군지부터 본다”

주식시장은 동물의 왕국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한다. 남성호르몬이 넘친다. 미국 월가도 남자들 세상이다. 영화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에 등장하는 시장 주변 인물은 죄다 남자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국내는 더 하다. 증권업계를 통틀어 여자 임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국내 증권사 여성 리서치센터장도 지난해 7월에야 처음 나왔다. 윤서진(42) 리딩투자증권 이사다.

그런데 ‘첫 여성 센터장’에 가려 그의 출신성분이 묻혔다. 윤 이사는 첫 여성 센터장인 동시에 첫 브로커(주식거래 중개인) 출신 센터장이다. 애널리스트로 일한 적이 없다. 여성인 데다 브로커 출신인 그를 업계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센터장 취임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기존 방식과는 다른 리서치센터 운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만난 윤 이사는 “기업은 업종을 넘나들며 진화하는데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담당 섹터(업종)를 고집하며 반 쪽짜리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며 “장기 투자자를 위한 종합적인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보고서를 내겠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리딩투자증권은 규모가 작다. 후발주자다. 남들처럼 해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장기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니치(niche) 플레이어’가 되는 거다. KT를 볼 때 통신업종의 하나로만 봐선 안 된다. IPTV 사업 등을 보면 콘텐트 업종 측면에서도 검토해야 하는 식이다.”

-쉽게 설명해 달라.
“2000년대 중반 외국계 증권사에서 브로커로 일할 때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시 그곳 리서치센터가 인력 이탈 등으로 제 구실을 못했다. 브로커인 내가 알아서 종목을 발굴하고, 투자자에게 아이디어를 줘야 했다. 그때 제일모직이 눈에 들어왔다. 섬유회사에서 시작해 화학회사로 변신한 상태였다. 애널리스트도 화학 담당이 맡았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께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에 변화가 있었다. ‘빈폴’이라는 브랜드가 뜨면서 한국판 ‘폴로’로 성장하고 있었다. 매출이 늘고 그쪽에서 이익이 나왔다. 화학 애널리스트한테 ‘의류 쪽도 보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그거 해봤자 아닌데’라며 무시하더라. 그래서 ‘그럼 빈폴을 입어보기는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브랜드가 있는지도 모르더라. 애널리스트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대책이 없었다. 기관투자가들에 제일모직 패션 부문의 성장성을 알려주려고 패션쇼 티켓을 직접 구해 함께 갔다.(※2005년 2만원 안팎이던 제일모직 주가는 현재 12만원 안팎으로 여섯 배 뛰었다.) 지금은 전기재료 쪽으로 사업 영역이 진화했다. 애널리스트가 자기 섹터에만 담을 쌓고 있으면 반 쪽짜리 리포트밖에 못 쓴다. 앞으로 기업의 진화를 온전히 커버하는 리포트를 내놓는 게 목표다.”

-올해 주식시장을 전망해 달라. 코스피지수가 얼마까지 갈 것 같나.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보고서를 쓴다. 10년 투자하는 이들에게 당장 6개월 뒤의 지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는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 적합한 몇 개 종목을 고르고 그걸 점검하는 일을 한다. 예전에 브로커를 할 때도 지수가 아니라 ‘윤서진의 2011년 쇼핑 리스트’ 이런 식으로 종목을 추천하고 왜 그런지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했다. 단기 지수를 전망하는 건 우리 아니어도 하는 데가 많다. 목표주가 정해 놓고 매수·매도 추천하는 것도 안 한다. 6개월 투자하는 사람에게 LG화학 주가가 지금 비쌀지 모르겠지만, 3년 투자하는 사람에겐 지금이 매수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수 전망도 안 하고 종목도 몇 개만 보고…, 장사가 되겠나. 게다가 정식 애널리스트도 센터에 4명밖에 없다는데.
“영업 대상을 국내외 장기 기관투자가 각각 6곳으로 잡았다. 철저히 이들 위주로 보고서를 쓸 거다. 애널리스트 인력이 적은 건 우리 보고서가 다른 곳처럼 섹터를 나눠 대상 종목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섹터별로 애널리스트를 둘 필요가 없다. 그렇게 운영하기엔 몸값이 감당 안 된다. 대신 어떤 업종을 글로벌 측면에서 깊이 있게 보겠다면 전 세계에 있는 독립리서치회사(IRP)를 활용하면 된다. 이들은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증권사 눈치 안 보고 보고서를 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종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분석하겠다면 IT에 정통한 IRP에 분석을 맡긴다. 대신 한국 상황을 잘 모를 수 있어 우리가 주제와 아이디어를 준다. 리서치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자동차 부품주를 분석할 때 LG화학까지 포괄해 볼 수 있는 종합적 시각이 담긴 리포트를 내놓을 수 있다.”

-장기로 투자하겠다면 뭘 추천하겠나.
“LG생활건강·신세계·제일기획·LG화학·아모레퍼시픽 등이다. 난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LG화학에 김반석 부회장이 왔을 때 그를 중심으로 인재들이 몰렸다. 구조조정을 하고 뚝심 있게 핵심사업을 밀어붙이고. LG생활건강은 그야말로 ‘CEO 르네상스’를 열었다. 음료 부문도 자리를 잡았고 중국 사업은 페이스샵 인수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사장의 경영능력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기업이 새로운 걸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기업에서 실수는 곧 돈이다. 그런데 신세계는 경쟁사에 비해 실수를 덜한다.”

-여성 센터장으로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첫 직장생활을 1995년 삼성 비서실 인사팀에서 시작했다. 대졸 여성이 나를 포함해 딱 두 명 있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윤방부 가천의대 부총장) 따라 해외에서 살고 학교를 다녀 그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한번은 ‘왜 여사원은 있는데 남사원은 없느냐’고 상사에게 물었더니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 지금은 10원 먹자고 달려들어 접대하는 그런 영업을 안 하기 때문에 여자라고 손해 본 일이 없다.”

-지난해 말 음반을 냈다.
“꿈이 가수였다. 그렇지만 살다 보니 꿈은 희미해졌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고 난리가 났을 때 너무 몸이 힘들어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정말 행복한 게 뭔지.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수의 꿈이 떠올랐다. 당장 학원에 등록해 재즈를 배웠다. 선생님에게 칭찬도 들었다. 음반을 내자는 제안에 지난해 가을 주말을 이용해 녹음을 마쳤다. 12월에 ‘섬씽 굿(Something Good)’이라는 음반을 냈다. 수익금은 서울시장애아동사회적응지원센터에 후원금으로 내놓는다. 25일에는 홍대 재즈클럽인 ‘클럽 오뙤르’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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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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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