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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살 계속 안 돋으면 경제 죽는다 … 창업이 약이다

Q.벤처가 뭡니까? 벤처 정신이 왜 필요한가요? 기업가 정신과는 어떻게 다르죠? 벤처의 고용효과는 얼마나 됩니까? 벤처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라고 보는 근거는 뭔가요?

A.벤처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기술과 아이디어를 도구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볼 때 백사장 항공사진과 조선소 설계도를 달랑 들고 유조선을 수주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최고의 벤처기업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의미가 확장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것은 모두 벤처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연륜과 무관하게 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기업은 다 벤처라 할 수 있죠.

특히 벤처는 세상의 문화를 바꿔 놓았습니다. 허리에 차고 다닐 만큼 작게 만들어 음악 듣는 문화를 바꿔놓은 워크맨(소니)이나 반도체 칩을 이용함으로써 목에 걸 수 있게 된 MP3 플레이어(레인콤)가 좋은 예죠. 벤처라고 해서 IT(정보기술) 기업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포장이사를 창안해 이사 문화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통인익스프레스도 벤처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부터 벤처 정신 이야기, 벤처 생태계 이야기, 창업가형 인재 이야기 순으로 신벤처 입국론을 펴보겠습니다.

벤처 정신은 곧 기업가 정신(entrepr eneurship)입니다. 이때의 기업가(起業家)가 창업가만을 가리키는 건 아닙니다. 창업가는 물론 창업공신이랄까 창업의 공조자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저는 봅니다. 나아가 기업가 정신 내지 벤처 정신은 일반 직원들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도약하려면 모든 기업이 벤처 정신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일본 경제에 대해 잃어버린 15년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20년이라고도 하죠. 일본이 왜 어려워졌습니까?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산이 감소한 데다 국민이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본의 쇠락은 국민이 창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2009년 일본 증시에 신규 상장된 회사가 19개, 한국은 66개입니다.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감안하면 일본이 150개는 돼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한·일 벤처포럼이 열리면 우리는 30~40대, 일본은 50~60대가 주로 참석합니다. 경제는 사람의 피부와 같습니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좋은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피부는 며칠 지나면 떨어져나갑니다. 새살이 지속적으로 돋지 않으면 경제는 죽어갈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우리나라가 조만간 일본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중국시장을 좌지우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령화 추세를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결국 창업을 활성화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인구가 적은 이스라엘이 전시에서도 미국 나스닥에 많이 상장한 것은 왕성한 창업 덕분입니다. 오죽하면 창업국가라고 하겠습니까. 미국은 자본금 1달러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어요. 돌아보면 우리나라가 IMF 체제를 조기 졸업한 것도 벤처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IMF 시대를 관통하면서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거듭났어요. IMF 체제 극복의 1등 공신은 벤처 기업가들입니다. 기존의 기업을 더 잘 꾸리느니 새롭게 창업을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 가치가 크고,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시사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벤처는 여전히 우리가 부를 희망가입니다. 한국 경제의 확실한 버팀목이죠. 대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의 덫에 걸렸습니다. 단적으로 우리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용접기술인데, 조선소의 용접기술자들이 고령화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일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넘어가겠죠. 중소기업 역시 젊은 세대의 외면으로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반면 벤처 쪽은 젊은이들이 선호합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죠.

저는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권합니다. 저 역시 대학생 때 비트컴퓨터를 자본금 450만원으로 창업했습니다. 직원 두 명과 하루 17시간씩 일하기 위해 창업 후 2년 반 동안 서울 맘모스호텔 스위트룸을 썼습니다. 호텔방을 오피스텔처럼 쓴 셈이죠.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 업종 분류표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이라는 것이 없어 서비스업으로 등록했습니다. 서비스업은 대출이 안 되던 시절이었죠.

지난해 12월 말 벤처기업 수가 2만6000개를 넘어섰습니다. 2000년 초 무늬만 벤처라도 등록되던 시절 1만2000개였습니다. 제가 벤처협회장 할 때 연 매출액이 1000억원 넘는 벤처들로 ‘벤처 1000억 클럽’을 만들었는데 현재 243개에 이릅니다. 매출액이 700억원을 초과하면 중견기업이에요. 이들 기업의 매출액을 모두 합치면 49조8000억원이나 됩니다. 전체 벤처의 총 매출액은 족히 150조원을 훨씬 웃돌 겁니다.

미국은 실패한 벤처 기업가에게 투자자금이 더 많이 몰린다고 합니다. 또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마치 적의 포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엄호를 적의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설치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같은 포대에서 쏜 포탄이 똑같은 자리에 떨어질 확률은 0%입니다. 대포가 같더라도 화약의 성분, 바람의 방향, 심지어 온·습도마저 바뀌기 때문이죠. 반면 우리나라는 많이 보완되기는 했지만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도 때문에 사업에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은행 돈을 단기간에 갚기 어렵다 보니 나이를 먹고 결국 새 아이템을 내놓기엔 너무 늙어버리는 거죠. 패자부활전을 치르기도 전에 도태되고 마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벤처 정책은 그런대로 잘돼 있습니다. 실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다수의 기자가 2000년 전후 벤처 버블 당시처럼 벤처라고 하면 여전히 사고뭉치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옥석이야 가려야겠지만 언론이 벤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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