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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플레이션

중국 때문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일컫는 차이나플레이션(Chinaflation). 인플레 걱정이 커지는 요즘, 사람들 입에서 부쩍 잦아진 용어다.

그런데 웬일인지 해외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이 신조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척 보면 뜻이 쏙 들어오는 용어인데도 말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나 미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등을 조회해 봐도 이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한 건도 올라오지 않는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도 ‘그런 말 없음’으로 나온다.

차이나플레이션이란 용어는 한국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져 최근 활발히 쓰이기 시작한 게 분명해 보인다. 해외로까진 아직 확산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구글을 두드려봐도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과 일부 중국 언론이 재인용한 기사가 전부다.

불을 지핀 곳은 한국은행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해 12월 13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이 용어를 쓰며 “중국의 물가 오름세 확대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로 파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2011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도 “지금은 차이나플레이션이 전이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한은은 또 ‘2011년 세계경제의 주요 리스크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제1 위험 요소로 꼽았다.

기획재정부도 가세했다. 중국 물가와 국제유가가 똑같이 올라갈 때 국내 소비자 물가 파급력은 중국 물가가 세 배나 크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런 발언과 분석이 잇따르면서 차이나플레이션이란 용어가 일상화됐고, 사람들 머릿속에는 은연중에 중국 변수가 물가불안의 주범이란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욕 먹는 중국 입장에선 어떨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누군가 희생양을 찾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진 않을까.

차근차근 따져보자. 최근의 전 세계적인 인플레 조짐은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가들의 수요 증가가 한몫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너무 많이 풀린 미 달러화에 있다. 현재 전 세계의 달러화 유통량은 5조 달러에 육박한다. 2년 반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전보다 두 배 이상 팽창했다는 분석이다.

달러화에 불안감을 느낀 원자재 생산국들은 달러표시 가격을 계속 올리고, 여기에 달러를 잔뜩 쥔 투기 세력까지 뛰어든 형국이다.

한국이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특히 취약한 것은 턱없이 낮은 원화가치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원화는 여전히 달러화 대비 15%나 평가 절하돼 있다. 다른 나라들은 정반대다.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의 통화까지 이미 평가절상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은 석유 값 등을 비싸게 치르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은 통화환수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한국은 잘못된 환율·통화 정책으로 물가 불안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처방을 위해선 진단부터 잘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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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