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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CIA맨’ 게이츠 국방, 동맹 과시 4시간이면 충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금년은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시기”라며 “양국이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조문규 기자]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68) 미 국방장관의 14일 서울 체류시간은 4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낮 12시쯤 일본에서 서울에 도착해 국방부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40 여 분 회담한 뒤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곧바로 워싱턴으로 향했다. 게이츠 장관은 북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공조를 과시하며, 한반도 동·서·남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틀 전 베이징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개발이 5년 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대북 역할을 압박한 게이츠 장관이 서울에서 다시 베이징과 평양을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게이츠 장관의 4시간 서울 체류는 “짧지만 짧지 않은 체류”라는 게 군과 외교가의 시선이다. 19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국제정세 변화를 앞두고 일정상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한·미 동맹을 과시했다는 점에서다. 당초 게이츠의 동아시아 순방 일정에 한국은 없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미 지난해 7월 ‘2+2(국방+외교장관) 회담’, 10월 워싱턴 연례안보협의회의(SCM), 12월 합참의장 회의 등을 통해 안보 현안을 거의 정리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던 만큼 방한할 것을 권했는데, 게이츠 장관이 수락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관진 장관을 처음 만났지만,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네 번째 만나는 카운터파트다. 그가 도널드 럼즈펠드의 후임으로 2006년 12월 취임한 이후 한국의 국방장관은 김장수-이상희-김태영-김관진으로 이어졌다. 군 안팎에선 게이츠 장관의 동아시아 및 한국에 대한 이해 때문에 지난 4~5년 새 삐걱거릴 소지가 많았던 한·미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프린스턴대 레슬링부 출신으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럼즈펠드 전 장관의 오만해 보이는 태도와 달리 겸손하고 섬세한 스타일로 한국민의 마음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게이츠 장관은 2007년 11월 제39차 SCM 이후 네 차례 방한했다. 노무현 정부와 전시작전권 전환 협상을 시작했고, 지난해엔 이명박 정부와 전작권 조정작업을 통해 이전 시기를 3년7개월 늦췄다.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다음엔 확장 억지력 제공을 약속했고, 천안함 사건 이후인 지난해 7월엔 ‘2+2 회담’ 때 방한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 국무장관과 판문점을 방문했다. 당시 미국 측은 “한·미 양국의 동맹은 지금보다 더 강할 수 없다”는 말로 북한에 대해 메시지를 보냈다.

 게이츠는 미 역사상 중앙정보국(CIA) 말단 직원에서 출발해 CIA 수장이 된 최초의 인물이다. 26년간 정보맨으로 활동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국가안보보좌관 아래서 부보좌관을 지냈다. 그 뒤 CIA 국장이 됐고, 2006년 12월 부시 대통령 때 국방장관에 올랐다. 부시가의 사람이자 정통 ‘공화당’ 인맥이다. 그런 그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12월 유임시켰다. 당이 다른 두 행정부를 거친 최초의 국방장관이란 기록도 얻었다. 게이츠는 CIA국장 출신답게 이념을 중시하기보다는 정교한 분석틀을 기반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현실주의자다. 그리고 역사학자다. 윌리엄& 매리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인디애나대와 조지 타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섬세하고 꾸미지 않으며 인문학적 사고를 가진 그의 스타일을 오바마가 높이 샀다고 한다. 또 클린턴 국무장관과 호흡이 잘 맞아 과거 역대 정부에서 볼 수 있었던 국무·국방 장관 간 갈등이나 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두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국방부나 국무부에서 식사를 하며 현안을 논의하고, 백악관에 갈 때는 서로의 노트를 비교할 정도로 협력이 잘 된다”고 보도했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해 8월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1월까지 기다리는 것은 실수다. 국방장관은 선거가 있는 해의 봄까지 임기를 채우고 싶은 그런 종류의 직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워싱턴에서 게이츠 장관의 사임 및 후임설이 제기된 이유다. 외교 소식통은 “게이츠 장관의 사임 의사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유임시킬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글=김수정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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