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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사교육 안 하는 데 역사박물관 누가 가나




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기적이 아니라 우리가 다 함께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입니다. 신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진실한 삶의 이야기입니다.”

 2008년 대통령 취임식 때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 한 평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3일 그는 소신의 결과물이랄 수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건립을 책임진 각계 사회 원로와 만났다. 그 자리에서 그는 “후손들에게 우리 할머니·할아버지, 부모님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일궜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당한 당부고 마땅한 격려다. 하지만 마음 놓고 있기엔 걸리는 게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은가. 대한민국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역사박물관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터이다. 사회 원로들이 이 대통령에게 “역사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 까닭이기도 하다.

 현실은 한마디로 열악하다.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란 중앙일보 어젠다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노교수가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고 울분을 토로할 정도였다. 역사교육을 위한 형식도, 내용도 모두 부실했기 때문이다. 보수 정부의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세계화·정보화와 학생 선택권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국사 수업을 줄였다. 급기야 올해부터 고교 3년간 한국사를 배우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역사교육 내용 문제는 진보 진영 탓이 컸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파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역사를 자학하는 장이 되곤 했다. 올해부터 쓰일 한국사 교과서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냉소적 시선이 느껴진다. 한 예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서술은 매우 인색하다. 그가 왜 임시정부 대통령이 되었는지,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의 역할과 업적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교과서만 봐선 잘 알 수 없다. 역사학계 또한 책임론으로부터 비켜설 수 없다. 기성 사학자들이 “역사는 적어도 50년이 지난 후 써야 한다”며 손을 놓고 있는 바람에 대한민국 비판세력이 근현대사의 주도권을 차지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병만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근래 “고교 한국사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점이다. 그게 역사교육 강화의 첫 단추일 수 있다. 정책담당자들의 결정과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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