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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몰랐나 능청인가 … 후진타오 ‘젠-20 답변’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과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미국 국방장관이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것은 앞으로 미·중 관계를 이야기할 때 두고두고 회자될 요소를 두루 갖췄다. 패권국과 도전국의 위상, 팽팽한 힘겨루기를 비롯한 미·중 관계의 내밀한 모습들이 담겨서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게이츠 장관은 후 주석에게 “(중국 최초의 스텔스기인 젠(殲)-20의) 시험 비행이 나의 방문에 맞춰 실시된 것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후 주석은 즉답을 하지 않다가 회담 말미에 “시험 비행은 사실이나 게이츠 장관의 방문과는 절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 언론들은 후 주석이 시험 비행을 몰랐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가 미국과 군사교류를 재개하려 하자 군부가 반기를 든 것으로 짐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지도부가 제대로 군을 통제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분석을 쏟아 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시험 비행이 특정인과 국가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후 주석은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돌발질문이 불쾌해 능청스럽게 대답을 미룬 것일까. 사실 그는 중국의 권력 서열 1위인 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과 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있다. 당·정·군 3권을 틀어쥐고 있다. 모든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을 철칙으로 삼았던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이래로 중국에서 군대는 공산당이 직접 통제해 왔다. 그런 정치·권력체제하에서 군이 국가주석에게 반기를 든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중국에선 상식이다. 중국의 체제와 권력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서구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후 주석이 큰 맥락에서 자국의 첨단 스텔스기 시험 비행을 몰랐을 리 없을 것이라는 게 중국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베이징의 일부 외교 분석가는 “후 주석이 게이츠의 도발적인 질문에 즉답을 피해 가는 노회한 전술을 구사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스텔스기 개발이라는 획기적 사안을 후 주석이 내세우지 않을 만큼 중국이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을 찾은 게이츠는 14일 게이오(慶應)대 특강에서 젠-20 시험 비행에 대해 “중국 지도부와 군부의 소통 부재를 드러낸, 걱정되는 부분”이라면서도 “후 주석이 군을 통제하고 최고 권위를 가졌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후 주석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 대통령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은 양측 간 높은 불신의 벽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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