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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51초의 침묵’ 미국을 단합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린 총격사건 추모행사에 참석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을 통해 미국민의 단결을 촉구했다. [투산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의 51초 침묵 연설이 자극적인 말로 다투던 미국민의 마음을 녹여냈다. 평소 그를 헐뜯던 보수논객들도 이번엔 줄줄이 이를 칭찬했다.

 오바마는 애리조나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했던 투산을 12일 방문해 추모 연설을 했다. 그는 30분이 더 걸린 연설의 말미에 9세의 최연소 희생자 크리스티나 그린을 거론하며 “나는 우리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고 언급한 뒤 51초간 침묵했다. 연설을 중단한 뒤 10초가 지나자 오른쪽을 쳐다봤고, 다시 10초가 더 흐르자 심호흡을 했으며, 침묵한 지 30초가 되자 눈을 깜빡이며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어금니를 깨물고는 연설을 이어갔다.

 뉴욕 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오바마가 전 국민과 감정적 소통을 했다”며 “ 재임기간 2년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크리스티나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난 딸을 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미국의 단합과 정치적 독설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서로 공격하거나 비난해선 안 되며 희망과 꿈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자”고 호소했다. 또 “ 대중을 선동해 극단적인 대결구도의 정치 환경을 만드는 것도 삼가야 한다”며 “우리를 분열시키는 힘은 우리를 단결시키는 힘보다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바마 실패” 외치던 저격수들

“최고의 명연설” 박수 보냈다





글렌 벡, 러시 림보(왼쪽부터)

그는 “담론이 지나치게 양극화하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려 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엔 잠시 멈춰 서서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덕적 상상력을 확대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며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51초 침묵과 독설 자제 연설은 미국민의 감정에 파고들었다. 특히 정치권과 논객들에게 파장이 컸다. 당장 ‘오바마 저격수’로 불리는 글렌 벡과 러시 림보가 오바마를 처음으로 칭찬했다. 폭스뉴스 토크쇼 진행자인 벡은 “오바마의 연설 중 최고였다”고 치켜세웠다. 극우보수 논객으로 분류되는 림보는 “교양 있는 지배계층이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 자체다”고 극찬했다. 두 사람은 평소 “오바마에게 저항하라”며 공격을 주도했다. 림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사흘 전 “그가 실패하길 바란다”고 외쳤고, 벡은 “오바마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몰아세웠다. 그런 두 사람이 오바마의 호소에 공감했다.

공감을 보인 보수논객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팻 뷰캐넌과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의 ‘악의 축’ 연설문을 작성한 마이클 거슨은 “훌륭한 감정이 들어 있었다”고 칭찬 대열에 가세했다.

 증오와 독설정치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 중이어서 “상대를 존중하자”는 오바마의 호소는 먹혀들었다. 국가적 재난과 비극을 만났을 때 국민을 뭉치게 하고 위안을 주는 미국 역대 대통령의 전통을 오바마가 다시 확인시켰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

 미 정가의 극단적 대립이 오랜만에 잦아들었다. 백악관은 보수세력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공화당의 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이 희생자 추모식에 불참하고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데 대한 비난 논평을 삼갔다. 그동안의 독설로 비난을 받던 세라 페일린(Sarah Palin)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피의 비방(blood libel)”이라며 반격했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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