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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해피 엔딩





코난 도일은 왜 자신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스를 죽이려 했을까. 그가 1893년 발표한 단편 ‘마지막 사건’은 홈스가 독일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악의 천재 모리어티 교수와 격투를 벌이다 함께 떨어져 죽는 내용으로 끝난다.

 손꼽아 신작을 기다리던 독자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도일은 “역사 소설에 집중하기 위해 셜록 홈스 시리즈의 집필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전 세계 홈스 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난과 욕설, 항의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도일은 1904년 단편 ‘빈집의 모험’을 통해 홈스를 다시 살려냈다.

 작품과 주인공은 작가의 창조물이지만 그 생명은 때로 작가의 손을 벗어난다. 조앤 K 롤링도 시리즈 7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출간을 앞두고 “이번 편에서 중요한 인물 두 명이 죽는다”고 말했다가 “만약 포터가 죽는다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독자들의 협박에 곤욕을 치렀다.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미저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독자나 관객들은 대부분 멜로 드라마에서 해피 엔딩을 선호하지만 창작자 중에는 비극적인 결말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기 시작하면 거기엔 이미 해피 엔딩이란 없다”고 단언했고, 영화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도 “내 작품엔 해피 엔딩이 없다. 사랑이란 본래 고통과 번민의 원천이니까”라고 말했다.

 16일 끝나는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결말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몇몇 눈치 빠른 사람들이 그동안 깔린 단서들을 근거로 ‘비극적인 결말’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본 다수 시청자가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날 경우, 해당 작가의 작품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시크릿 가든’은 해피 엔딩이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시청자들의 아우성에도 꿋꿋하게 비극을 고수한 결말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곤 한다. ‘모래시계’의 최민수나 ‘하얀 거탑’의 김명민이 대표적인 경우다. ‘인어공주’도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보다는 공주가 물거품이 되는 안데르센의 원작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현실이 워낙 각박하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심리도 이해가 가지만 작품을 위해서는 역시 작가의 집필권을 존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송원섭 JES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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