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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악성 폭로’ 일본선 의원 사퇴 …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




백일현
정치부문 기자


디지털 시대에 말은 옳든 그르든 순식간에 퍼진다. 특히 유명 인사를 음해하는 말이 번지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둘째 아들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부정 입학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악성 폭로’가 그렇다.

 이 의원의 폭로 직후 안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아드님은 로스쿨도 그냥 들어가고 참 좋겠네요. 역시 부모를 잘 만나야 인생 피나 봐요” “대기 7번 아들놈을 대기 2, 3, 4, 5, 6번에게 일말의 통지도 없이 합격시킨 미다스의 손 여기 계시네”라는 글이 올랐다.

 안 대표 아들은 순식간에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올라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한 네티즌은 크기가 다른 보온병 4개를 놓고 “가족사진인가”라고 적기도 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연평도를 방문한 안 대표가 불에 탄 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한 걸 환기하며 야유를 보낸 것이다.

 이 의원은 14일 “내 불찰”이라며 “안 대표와 그 가족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본인 대신 전현희 원내대변인을 통해서 했다. 그가 한 무책임한 폭로는 당사자의 가슴을 멍들게 했을 뿐 아니라 사회의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후유증도 낳고 있다. 이 의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세계에선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7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보받은 내용이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사찰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포토]<사진크게보기>


 “(안)상수 (대표) 아들 앞에 딱 5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등록하지 않았고, 딱 차남까지만 추가 합격했단 말인가. 이런 행운이 있나.”(한 블로그 글)

 “서울대나 조국 교수는 진리인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이 밝혀질까 봐 거짓말할 수 있다. 특검해 보자.”(진보매체에 달린 댓글)

 불똥은 이 사건 전까지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서울대 로스쿨의 조국 교수에게도 튀었다. “서울대 기득권을 옹호했다”는 공격이 이어졌다. 조 교수는 트위터에 “서울대 법대 선배 안상수 대표를 도우려고 나섰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거 아세요? 이석현 의원도 서울대 법대 선배입니다. 진실을 밝히는데 무슨 대학 동문 운운하는지…”라고 썼다.

 조 교수는 13일 “안상수가 밉더라도 팩트는 팩트다”고 말했다. 폭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팩트(fact·사실)가 맞아야 한다. 팩트가 틀렸다면 허위 폭로를 한 사람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2006년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제1야당이던 민주당 의원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기업인이 자민당 간사장의 아들에게 3000만 엔을 송금했다”는 제보를 폭로했다. 증거로 송금을 지시한 내용이 담긴 e-메일 사본을 공개했지만 하루 만에 조작된 메일로 드러나 "e-메일 진위 확인과정이 미흡했다”는 비판과 함께 그는 의원직을 내놓아야 했다. 민주당 대표와 국회대책위원장(한국의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함께 물러났다. 미국에서도 ‘말’에 무거운 책임을 묻는다. 지난해 8월 한 하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라 페일린(Sarah Palin)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대해 “나는 페일린이 죽기를 원치 않는다. 그녀가 죽으면 더 이상의 실언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가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

이석현 의원은 4선 의원이다. 그런 그가 제보를 받고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말이 있지만 입에 담지 못할 ‘쓴말’의 폐해는 너무나 크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폐해’에 무감각했다. 남의 입을 빌려 “미안하다”로 그칠 일이 아니다.

백일현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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