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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상시 최저가 월마트, 그 뒤엔 배고픈 납품업체





월마트 이펙트
찰스 피시먼 지음
이미정 옮김, 이상미디어
328쪽, 1만5000원


‘Everyday low prices-’

 ‘상시 최저가’라는 뜻의 이 구호는 지구촌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금과옥조다. 한편으론 쇼핑천국, 또 한편으론 유통권력 소리를 듣는 월마트의 매장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다. 물신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여기보다 싼 곳이 세상에 없다’는 말은 얼마나 달콤한가.

 이 책은 이런 통념과 상식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라고 응수한다. 최저가는 축복이 아니라 덫일 수 있다고, 또 싸다고 곧 ‘착한 가격’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월마트의 이념은 선의로 충만할지 모르지만 유통공룡으로 변모하면서 상식 밖 ‘거짓 가격’으로 제조·유통과 소비의 질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는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수백 명의 월마트 이해 관계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좋은 의미만 담긴 ‘월마트 이펙트(효과)’ 용어의 외연을 숱한 역기능까지 넓혀야 한다고 제안한다.

 1962년 미국 알칸사스 주에 첫 월마트 점포를 낸 샘 월튼의 창업이념은 무슨 선언문 같다. ‘거대하고 조직화된 제조업체들과 맞서 나약하고 모래알 같은 개별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수호천사를 자임해 결국 약속을 지켰다. 월마트 매장이 들어선 지역마다 품질좋은 물건을 엄청나게 싼 값에 공급해 가격인하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1센트에 목숨 거는 지독한 장사꾼’들이 지구촌에 수천 개 점포를 거느릴 정도로 커지면서 공정과 상생의 미덕이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월마트의 성공이 곧바로 지역 재래 군소 상권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월마트는 물론 경쟁사 매장의 인건비와 복지는 최저가 경쟁 속에서 희생됐다. 납품업체에겐 무리한 가격을 종용하기 일쑤여서, 방글라데시 섬유공장이나 칠레 연안 연어양식장 등 월마트와 거래하는 해외 사업장 근로자의 저임을 부추겼다. 그래도 소비자한테는 좋지 않을까. 값싼 제품이 충동구매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유보적이다. 값싼 중국산 제품 비중을 늘리다보니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가 더욱 압박을 받게 됐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월마트는 2000년 대 이후 종업원과 업계와의 갈등으로 이런저런 대형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저자의 해법은 무얼까. 좀 모호하긴 하지만 ‘소비자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라는 것이다. 최저가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돈 더 주더라도 가치있는 구매선택을 하라고 조언한다. 번역을 감수한 현용진 KAIST 교수는 이 책에 대해 ‘힘 있는 갑과 힘 없는 을 간 상거래의 긍정정인 면과 어두운 면을 그대로 밝혀낸 의미있는 르포이자 분석서’ 라고 평했다.

 하지만 월마트를 너무 ‘유통괴물’로 몰아세웠다는 지적을 면할 길이 없다. 해당 업체와 국내외 대형마트 업계는 물론, 얼마 전 ‘통큰 치킨’에 환호했던 국내 소비자들까지 언짢을 수 있겠다. 이 책 발간 시점이 2000년대 중반인데 수년 간 월마트가 비즈니스 생태계와의 소통에 부쩍 힘써왔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홍승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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