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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구제역·AI, 밀집 사육방식이 부른 재앙




브라질 서부 마토 그로소 주의 대규모 콩 농장에서 수십 대의 트랙터가 기하학적 모양을 이룬 채 수확하고 있는 모습. 품종 단일화와 화학적 농약 살포 등 ‘저비용 대량생산’ 농업의 단면을 보여준다. 『식량의 종말』 저자는 농업의 산업화로 인해 곡물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질병과 식중독 위험이 커지고 저임노동 시비가 이는 등 엄청난 ‘외부 비용’을 치러야 했다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식량의 종말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524쪽
민음사, 2만5000원


“우리는 식품의 ‘황금시대’로 추억될지 모를 시기의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임금님의 수랏상에서도 보기 힘든, 제철과 산지를 가리지 않는 맛나고 귀한 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풍요의 시대가 조만간 끝나리라는 뜻이다.

 이 섬뜩한 경고를 담은 이 책의 지은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전작 『석유의 종말』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높인 자원경제학과 자원정치학의 전문가다. 풍부한 자료와, 농장에서 네슬레·월마트 같은 대기업까지 포함한 폭넓은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은이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그는 기아와 식중독균, 비만등 영양 관련 질환을 현대 식량시스템의 두드러진 실패 증후로 꼽는다. 그리고 이는 ‘저비용 대량생산’이란 산업경제의 바탕이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효율과 수익을 위해 품종을 단일화하고, 첨가물을 넣고, 대량으로 키우며, 세계 어디서든 비용이 낮은 곳에서 생산 하다 보니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국내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구제역·AI(조류 인플루엔자)의 창궐은 가금 산업의 밀집 사육방식 탓이 크다. 2004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AI의 바이러스는 첫 번째 계사에선 저병원성이었지만 두 번째 계사로 옮겨가는 사이 고병원성으로 재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에게도 전염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는데 그런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7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고 경제적 손실은 수천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식중독균도 위협적이다. 미생물들이 변신을 거듭하면서 “가축이 안전하면 이를 먹는 사람도 괜찮다”는 믿음도 흔들리게 됐다. 1992년 미국에선 ‘잭 인 더 박스’의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600명 이상이 비교적 덜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던 대장균의 변종 O157:H7에 감염되어 4명이 숨지는 사고가 터졌다. 문제는 이같은 대형 식중독사고를 제대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대량생산 및 유통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오염 경로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반면 교통수단의 발달과 세계화로 파급 속도는 빨라진 탓이다. 지은이는 일례로 햄버거 패티에 든 소고기의 DNA를 검사하니 평균 55마리의 소가 포함됐다는 조사결과를 소개한다.

 기아 근절에 다가서지 못한 것도 현대 식품 시스템의 참담한 실패를 보여준다. 식품 가격이 5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세계 식품 공급이 일인당 필요 칼로리를 20% 초과했는데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매년 3600만 명 기아로 사망한다.

 2008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조금 묵은 감을 주긴 하지만 이 책은 여전히 유용하다. 선사시대 ‘육류혁명’에서 유전자 변형식품까지 걸쳐 경제·과학의 측면에서 식품산업의 문제점을 꼼꼼히 파헤친 덕분이다. 단지 어류 소비량을 늘릴 것, 세계적인 대형 식품회사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식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등 지은이가 제시한 해결책이 그리 명쾌하지 않아 우울하긴 하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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