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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중국 먀오족은 스스로를 ‘가뤼’라 부른다, 가뤼 … 고리 … 고구려?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김인희 지음, 푸른역사
396쪽, 1만7800원

디아스포라(Diaspora).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유대교의 관습과 규범을 따르며 사는 유대인,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뜻한다. 나라 잃은 민족의 고단한 운명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이 책에서 디아스포라의 주인공은 고구려 유민이다. 저자는 ‘나라 잃은 고구려인들은 어디로 갔나’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당나라 때 귀저우(貴州) 동남지역으로 강제이주당한 10만명 이상의 고구려 유민이 먀오(苗)족을 형성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족과 동화되길 거부한 채 말이다.

 저자는 이 추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류학적 특성, 언어 습관, 토템 숭배, 복식 문화 등 19가지 측면에서 고구려인과 먀오족의 접점을 찾아낸다. 그 결과 “먀오족은 고구려의 문화를 계승했고, 고구려인의 정신을 잊지 않았다. 지금도 먀오족 사회에선 고구려 풍속이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먀오족이 누구인가. 중국에선 과거부터 반란 성향이 큰 소수민족으로 삐딱하게 비쳐져 왔다. 영화 ‘동방불패’에서 린칭샤(林靑霞)가 이끌고 반란을 일으키는 민족이 바로 먀오족이다. 먀오족이란 이름 자체가 중국인들이 멸시해 붙인 것이다. 먀오족 스스로는 달리 부른다. ‘가뤼’라 한다. 멸망 직전의 고구려가 ‘고리’로 불렸던 것과 뭔가 통하는 듯하다. 저자는 여기에서도 고구려와의 접점을 찾는다.

 고대사 서적을 읽고나면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좀 다르다. 고구려 유민의 존재는 화석화된 역사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재 먀오족 인구는 1000만명에 이른다. 그 중 200만명은 미국에 이주해 살고 있다.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때부터 시작된 고구려인의 디아스포라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에 대한 감상을 책 곳곳에 털어놓는다. “종종 가슴이 먹먹해져 한참을 멍하니 있곤 했다. 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환기시켜 줄 고구려의 후손이라서가 아니었다.… 뿌리를 떠난 민족의 삶이 너무나 참담했기 때문이었다. 패망한 민족은 단 한 뼘의 땅도 하락받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역사였다.”

 고대사를 전공한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중국의 험난한 산간벽지의 먀오족 마을을 수년간 답사했다. 풍부한 사진과 도판이 까마득한 고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남윤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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