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BOOK] 테드 터너가 가진 땅이 제주도 면적 4배라니




21세기 ‘자본주의의 기적’은 신기루였을까.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저자는 두바이가 사회적 합의보다는 통치자의 꿈과 환상, 자유시장주의에 대한 맹신으로 만들어낸 도시라고 지적한다. [중앙포토]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마이크 데이비스 외 엮음
유강은 옮김
아카이브, 560쪽
2만5000원

간만에 만난 직설적인 책이다. 현대사회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눈에 보이는 여러 도시의 생활 공간을 증거 삼아 신랄하게 공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바이의 초고층 마천루와 인공섬, 제주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CNN창업자 테드 터너의 사유지, 부자와 엘리트들을 위해 분리되는 도시 니콰라과 누에바 마나과, 요하네스 버그 등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신자유주의가 흥청망청 만들어낸 ‘유토피아’가 어떤 것인지 냉철한 시선으로 돌아보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라질은 삼바와 축구의 나라, 열정의 나라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브라질 여행’이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해보면 이국적인 매력을 언급한 것보다 ‘강도 대응 수칙’이 먼저 눈에 띈다. “다른 나라 강도와 달리 금품만 내어주면 신체에 위해는 가하지 않는다. 절대 반항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안내문이 쓰여있다. 왜일까.

 그게 다 ‘토지 문제’ 때문이란다. 전체 토지 소유주의 0.8%에 불과한 대지주가 브라질 전체 농지의 44%를 차지하는데, 농지가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할 만큼 비생산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농촌 사람들이 자꾸 도시빈민가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소유지가 기계화와 규모의 경제를 보장한다”는 신자유주의의 담론도 브라질에서는 모순이었다는 게 필자(에미르 사데르)의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두바이는 그 자체가 신자본주의의 가치를 집약해 보여주는 도시다. 소득세나, 노동조합, 야당과 같은 없는 자유기업의 오아시스를 이룩했다는 점에서다. 2010년 올림픽이 열린 요하네스버그는 역시 도시 불평등 비율이 높은 곳으로, 세계 최고의 범죄도시 중 하나다. 대다수 서민들이 사는 지역에 들어가지 않는 고속전철은 설계 자체부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제도)의 흔적이 남아있다. 거대한 쇼핑몰이 있는 미국도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쇼핑몰과 노인들을 위한 도시, 미네소타와 애리조나’를 쓴 마르코 데라모는 쇼핑몰은 ‘상품을 통한 소통’만으로 메워진 공간이라며 이게 과연 우리가 꿈꾸던 유토피아냐고 묻는다.

 저자들은 “역동적으로 확대되는 사회적 불평등은 현대 경제가 무심코 야기한 결과가 아니라 경제의 동력 그 자체”라고 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과신이 만들어낸 풍경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불평등의 디스토피아’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에 드러난 풍경들은 어둡고 무겁다. 다양한 필자들의 글은 편차도 있다.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다. 책은 관광 안내서가 절대 얘기해주지 않는 도시의 얘기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가장 큰 미덕은 우리 도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과 발전이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은주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