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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끌려 위장결혼 눈총 받으며 중국서 귀화





“주변의 눈총과 편견들…. 홈런으로 뻥! 날려 버릴래요.”

 한국여자야구 국가대표 4번 타자 왕종연(29·사진)은 예뻤다. 1m75cm의 늘씬한 키, 작고 하얀 얼굴. 요즘 유행한다는 크리스탈 귀걸이가 귓불에서 반짝였다. 게다가 하는 말마다 똑 부러졌다. 한국말도 유창했다.

 왕종연은 한국여자야구클럽 최초의 외국인 등록선수이자, 첫 귀화 국가대표 선수다. 중국 다롄에서 한족의 뿌리를 안고 자란 그는 중국 소프트볼 국가대표였다. 그러던 그가 2003년 돌연 한국 유학 길에 오르더니, 소프트볼 대신 야구공과 방망이를 손에 들었다. 2008년 귀화까지 하며 한국 국가대표 4번 자리를 꿰찼다. 14일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서 아마추어 원로 야구인 모임인 백구회로부터 특별상을 받은 왕종연을 만났다.

 왕종연은 1999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소속팀인 ‘여성해방군’은 한국팀들과 친선경기를 했다. “호서대 소프트볼팀과 경기를 한 날이었어요. 체육학과 박정근 교수가 한국에서 공부하며 운동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지요.” 꿈 많은 10대에게 한국 땅은 너무 멀었다. 왕종연은 거절했고, 그렇게 한국은 잊혀졌다.

 “2002년 박 교수에게서 메일이 왔어요.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가 다였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설렜어요.” 당시 다롄 지방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한국 기업의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곧장 짐을 쌌다. 호서대가 약속한 장학금과 생활비가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었다. 2003년 3월, 그렇게 한국 대학생이 됐다.

 대학 4학년까지 왕종연은 호서대 소프트볼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런데 나주대 여자 야구팀에서 뛰던 지인이 “잠깐 와서 경기 진행 좀 거들어 달라”고 부탁해 야구를 처음 알게 됐다.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정확하게 잘 맞았죠. 그 ‘뻥!’ 소리가 얼마나 좋던지요.” 왕종연은 그 청량한 소리에 반해 야구에 빠졌다.

 한국여자야구협회는 왕종연이 국내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귀화를 권유했다. 하지만 출입국사무소 분위기는 냉랭했다. “불법체류자 의심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위장결혼이나 불법 취업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도 마음이 아팠죠.” 왕종연은 수 차례 귀화 신청을 거절당했다.

  끈질긴 도전 끝에 왕종연은 2008년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다. 이듬해에는 야구 동호회에서 만난 한국 남성과 결혼도 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2008년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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