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j Global] ‘티파니’ 마이클 코왈스키 회장, 그가 보석처럼 눈부신 이유





명품 보석업체 티파니의 마이클 코왈스키(Michael Kowalski·58) 회장은 열렬한 스쿠버 다이버다. 10여 년 전 다이빙에 입문했는데, 카리브해 곳곳과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태국까지, 세계 곳곳에서 바다 탐험을 즐긴다. 그는 고고학에도 조예가 깊다. 모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고고학·인류학 박물관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심해와 고고학 같은 ‘태초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열정은 회사 경영 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자연이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믿는 티파니의 최고경영자(CEO) 코왈스키 회장을 서울에서 만났다.

글=박현영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문 열기 전의 백화점은 조용했다. 티파니 매장 안의 3.3㎡ 남짓한 ‘VIP 상담실’에서 코왈스키 회장과 마주 앉았다. 가느다란 목소리와 수줍은 미소는 대학 연구실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이었다.

● 스쿠버 다이빙은 언제부터 했나요.

 “아들이 열두 살 되던 해에 같이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10년이 더 넘었군요.”

● 바닷속에 내려가 뭘 합니까.

 “가라앉은 배와 그 주위를 탐험하는 이른바 ‘난파선 다이빙(ship wreck diving)’을 해요. 해양 생태계 보존과 수중 고고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지구가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는 걸 바다에서는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어요. 개인 차원에서도 생태계 보존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기업 차원에서는 그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해요.”

● 대개 기업인은 환경 보존과 기업 경쟁력은 함께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환경 보존에 앞장서는 것은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옳은 일’이기도 하면서, 매우 영리한 기업 전략이기도 합니다.”

 티파니는 2002년 산호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금과 다이아몬드도 환경적·도덕적·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방법으로 생산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주도하고, 스스로 그런 곳에서만 구매하고 있다.

● 다이빙을 하면서 영감을 얻은 경영전략인가요.

 “산호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산호를 채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는 거죠. 산호를 채취하면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복원이 안 됩니다. 지구에는 보석보다 더 아름답고, 더 가치 있는 곳들이 있어요.”

●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를 환경 보호보다 아래에 두는 겁니까.

 “고객들의 생각도 티파니와 많이 다르지 않았어요. ‘포커스 그룹 조사’를 했더니 고객들 대다수가 자기가 사는 다이아몬드나 플래티넘이 환경 피해가 없고, 인권 침해가 없는, 책임 있는 광산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답해요. 원재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채취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는 거죠.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는 걸 모를 수도 있지요. 그걸 알려주는 게 보석회사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환경주의자의 시각이 아니라, 이게 바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입니다.”

 티파니의 최고 자산은 자연일지도 모른다. 다이아몬드·금·루비·에메랄드 등 보석과 귀금속이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유한한 자원인 데다, 디자인의 영감도 자연에서 많이 얻는다.

● 티파니와 자연, 디자인은 어떤 관계일까요.

 “상품의 힘은 디자인에서 나오고, 티파니 디자인의 원천은 자연입니다. 티파니 디자인은 재료 자체를 돋보이도록 하는 게 특징이에요. 보석이나 귀금속은 재료 자체만으로도 훌륭하잖아요. 디자인은 자연 재료의 아름다움을 진열하는 것이라고 봐요. 우리끼리 ‘자연이 티파니의 최고 디자이너’라는 말을 해요. 자연에서 발견한 클래식한 모양들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아요. 단순하면서 클래식한 우아함이라는 티파니 스타일이 자연에서 나오는 거예요.”

● 사실 단순한 게 가장 어렵지 않나요.

 “단순하게 만들기가 어려운 건, 실수나 티를 숨길 데가 없기 때문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오픈하트 목걸이가 단순한 아름다움의 완벽한 예입니다. (티파니 회장을 만나는 자리라서 예의상 하고 나간 티파니 목걸이를 그가 가리켰다.) 35년 전에 나온 디자인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현대적인 느낌은 똑같잖아요. ‘영원한 아름다움(Beauty that lasts)’이 디자인 모토예요.”

● ‘블루 박스’는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브랜드 아이콘인 건 맞아요. 하지만 티파니는 마케팅 중심이 아닌, 상품 중심의 회사예요. 블루 박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더 중요한 겁니다. 상품을 제대로 만들면 마케팅 부서는 알아서 따라오게 돼요.”

●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등장으로 소비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인터넷 붐이 시작될 때 티파니는 미국 명품업체 중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습니다. 최근엔 아이폰용 앱도 만들었어요. 화면 위에 반지를 놓으면 반지 사이즈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기능도 있어요. 사실, 얼마 전 혼자 나가서 아이패드를 사왔어요. 젊은 직원들에게 저도 좀 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요. 내가 ‘화석 공룡’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웃음)”

 티파니는 미국 소비를 진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티파니의 경영 실적이 발표되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었다’ 또는 ‘소비가 얼어붙었다’ 같은 진단이 나온다. 주가·고용·소비 지수 같은 공식 지표보다 더 빠르고 생생하게 실물 경제를 보여준다는 평도 있다. 티파니는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이 2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 티파니의 실적으로 볼 때, 세계 경제는 회복 중인가요.

 “느리지만 안정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우리의 데이터로는 더블딥(이중 경기 침체)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생각해요. 매출이 늘었고, 수익도 좋아졌어요. ‘L’자형 경기 회복 곡선을 전망합니다.”

● 지역별로는 어떤가요.





“일본을 뺀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해 상반기 35% 성장했습니다. 유럽 19%, 미국 14%, 일본 1%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하지요. 아시아는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이어서 기대가 커요. 한국 시장 성장률도 매우 좋아요. 나라별 실적은 공개할 수 없어 수치를 밝히지 못하지만, 한국은 지난 5년간 티파니 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상위 3분의 1 그룹에 속합니다.”

● 티파니는 금융위기를 어떻게 지나갔습니까.

 “재무상태가 안정적이어서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부채가 적고 현금 유동성은 좋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압박이 없었어요. 매출은 꺾였지만, 매장 문을 닫은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은 보수적 경영 덕분이에요. 또 은 제품부터 수십억원대 보석까지, 상품 가격대가 폭넓다는 우리의 장점을 잘 활용했어요. 결국 브랜드의 핵심 전략에 전혀 손을 댈 필요가 없었지요.”

● 상품 스펙트럼이 다양하니 불경기에도 위험이 분산되겠군요.

 “경제 위기 이후 1년간 고가품 매출이 쭉 빠지더군요. 그때 상대적으로 싼 가격대 상품들이 버팀목이 됐습니다. 은 제품은 전체 매출의 20% 정도 됩니다. 티파니는 럭셔리에 대해 민주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상품의 아름다움은 가격에 의해 정의되지 않고, 좋은 디자인은 얼마나 비싼가로 결정되지 않죠. 우리는 어떤 고객 그룹도 배제할 필요가 없어요. 몇 년 전 뉴욕타임스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맨해튼 5번가에 있는 티파니 메인 스토어에 와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민의 궁전’이란 제목으로 쓴 적이 있어요. 상품 스펙트럼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 그 밖에 딴 회사와 다른 특징은 뭔가요.

 “판매하는 보석의 70%를 직접 생산합니다. 다이아몬드를 광산에서 구매한 뒤 세공해 장신구로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하는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합니다. 12년 전 직접 세공을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에선 모두 정신 나간 소리라며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했어요. 생산 시설을 만들고, 직원을 교육 훈련하는 데 큰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진행했습니다. 역시 성공의 핵심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에 달렸습니다.”

● 전체적으로 비용이 더 들었습니까.

 “아니요,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컸습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자체 생산을 했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7월과 8월께 미국 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뭔가 불길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감지하고 서서히 생산을 줄였어요. 반면 다른 소매업자들은 2008년 크리스마스 때 ‘눈물의 세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문을 취소하지 못해 떠안게 된 물량을 그렇게라도 처분해야 했던 거죠. 기업들은 대개 마케팅에 투자하는 걸 선호하지만, 장기적으로 대가를 얻으려면 생산, 인프라, 유통망에 투자해야 합니다.”

● 1837년 창업 이래 남북전쟁, 두 번의 세계대전, 대공황을 거치고도 살아남았습니다. 기업이 장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해요. 1, 2, 3분기가 아니라 5년, 10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는 게 성공의 방정식입니다. 고품질 재료와 장인 정신,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과 가격 정책, 이를 통해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오너 경영이 아니면 장기 전략 설정은 어렵지 않을까요.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장기적인 관점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으면 됩니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경영진의 핵심 덕목인 이유예요.”

● 1999년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2003년부터 회장도 겸직하고 있는데, 장수 비결은 뭡니까.

 “우선은 실적이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나를 중심으로 좋은 팀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나는 ‘집단 경영’을 믿어요. 내가 CEO일지라도, 여러 명 중에 아주 조금 앞설 뿐이라고 생각해요. 헌신적인 사람들로 팀을 꾸리는 게 핵심이에요. 리더십은 리더에 관한 게 아니라 리더를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것이에요. 스포츠에 비유하면, CEO는 수퍼스타가 되어서는 안 되고, 감독이 되어야 하죠.”

●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사업 확장을 위해 회사를 인수했다 4~5년 후에 접은 적이 있어요. 크루즈선에서 보석과 선물용품을 파는 회사여서 시너지를 일으킬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실패를 돌아보면,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실패해서가 아니라, 성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에요.”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뒤 1978년 미국의 화장품 회사 에이본에 입사했다. 이듬해 에이본이 티파니를 인수했고, 그는 83년 티파니 쪽으로 옮겨 재무 분야를 맡게 됐다. 티파니를 세계 220개 매장에서 연 매출액 27억 달러(약 3조원·2009년)를 올리는 보석업체로 키웠다.

 “에이본에서는 배운 것도 많았지만 커리어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어요.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티파니와 인연이 닿았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때로는 실력보다 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운이 다가올 때, 그걸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그럴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도 잡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티파니 회장이어서 좋은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생을 보내는 것 자체가 환상적이에요. 동료들에게 말해요, ‘우울하면 본점 매장에 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오라’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미국관’에 가서 120여 년 전 티파니 작품 컬렉션을 보라고 해요. 그래도 행복을 못 느낀다면, 그땐 다른 일을 찾아가라고요.”

●나쁜 건 뭔가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모자라요. 분명 좋은 기회인데, ‘티파니 스타일’의 완벽을 기하느라 그걸 놓칠 때도 있어요.”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