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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시대 걸맞은 양형기준으로 사법신뢰 높여야




김광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우리 헌법은 벌을 받을 행위의 내용과 벌의 종류·범위를 입법부인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개개 사건에서 실제로 어떤 벌을 내릴지는 법관이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을 살펴 정한다. 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법관들은 구체적 처벌의 종류와 수위를 어떻게 정해 왔는가. 법관들은 기존 양형(量刑) 사례들을 참고하는 한편 양형의 형평성에 관한 치열한 내부 논의를 거쳐 적절한 형을 선고하려 애써 왔다. 합리적 양형을 위한 노력들을 제도화해 사법부 외부의 다양한 시각까지 반영할 논의의 틀을 만들고, 그 결과를 공개된 기준으로 널리 알려 양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 양형기준제의 도입 취지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양형위원회는 사법부 안에 설치돼 있다. 양형위원회가 법관들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위원장을 뺀 12명의 위원 중 법관 아닌 사람이 8명으로 법관보다 두 배나 많다. 검사·변호사·법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도 있지만, 언론인·시민운동가 등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도 있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나 일반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2007년 출범한 양형위원회는 2009년 4월 그 첫 성과물로 살인, 성범죄, 뇌물, 강도, 횡령, 배임, 위증, 무고 등 8개 범죄군 100여 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내놓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기, 절도, 마약, 공무집행방해, 식품·보건, 약취·유인, 문서 범죄 등 8개 범죄군 120여 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단순 폭력범죄와 교통범죄를 빼고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갖추게 된다. 단순 폭력범죄와 교통범죄에 관해서도 2013년 상반기까지 양형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관들도 양형기준을 존중한다. 양형기준 해당 사건 중 평균 90%의 사건에서 양형기준에 따른 형이 선고되고 있다. 최초로 양형기준제를 도입한 미국의 연방양형기준 준수율이 최근 6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다. 양형기준제도는 이미 우리 형사재판제도의 일부로 든든히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전무결한 양형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 미 연방양형기준은 지난 24년간 700여 회 이상 수정됐다. 우리 위원회도 관련 법률 개정과 사회 변화, 국민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기존 양형기준을 고쳐 나가고 있다. 이미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수정했고, 살인 등 강력 범죄를 더욱 엄하게 처벌하고자 중한 유형에 대한 권고형량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형위원회는 국회 등 40여 개 기관·단체에 양형기준안과 수정기준안에 관한 의견을 요청한 상태다. 오는 20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을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양형기준의 설정과 수정이 우리 형사사법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김광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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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