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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르포] 13일 자정 중앙일보 기자, 서울 강남·종로서 택시 승차거부 현장 취재





강남역서 “잠실” 외치자 택시기사 뒷문 연 채 달아나



14일 0시를 전후해 서울 전역 31곳에서 승차 거부 단속이 일제히 벌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말부터 매주 목요일 서울시와 함께 승차 거부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사당역 부근 단속현장. [뉴시스]





14일 0시, 서울 강남역 6번 출구 앞. 강지원(34)씨가 미국에서 온 바이어와 함께 택시를 잡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잠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하나같이 행선지를 듣고는 그냥 가버렸다. 30여 분 뒤 강씨가 택시 한 대의 뒷문을 열었다. 하지만 행선지를 밝히자 기사는 문을 연 채 속력을 냈고, 강씨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아찔한 장면을 본 미국인 바이어가 “Why do they just ignore us?(왜 우릴 무시하는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한 시간 넘게 택시를 기다리던 강씨 일행은 결국 인근 커피숍으로 향했다.











 이날 자정을 전후해 4시간 동안 서울 전역 31곳에서 서울시와 경찰의 합동 단속이 이뤄졌다. 본지 기자들은 강남과 종로 일대로 동행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강씨처럼 택시를 잡지 못하는 승객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강씨 옆에는 서울시에서 나온 승차거부 단속원 A씨(61)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강씨를 태우지 않은 택시기사를 적발하지 않았다. 강씨의 경우 서울시가 만든 기준에 따르면 승차거부에 해당한다. A씨는 “택시기사가 ‘행선지를 못 들어서 그냥 지나친 것’이라고 해명하면 진짜 못 들었는지, 듣고도 못 들은 척했는지 증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기사가 택시에서 내려 손님과 행선지·요금 등을 흥정하는 장면을 적발하는 경우만 단속한다”고 했다. 강남역 부근에서 만난 임효정(26·여)씨도 30분 이상 택시를 잡지 못했다. 그는 봉천동에 산다. 보다 못한 동료가 안산으로 가는 길에 그를 내려주겠다고 나섰다. 임씨는 “택시번호를 외워 다산콜센터에 신고해본 적도 있지만 매번 택시 못 잡기는 마찬가지였다”며 “오히려 기사가 ‘신고할 테면 하라’고 해 황당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강모(32)씨는 “회식하면 아예 오전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 인근에서는 30대 여성이 도로에 뛰어들어 순찰차를 세우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여성은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관에게 “승차거부 때문에 집에 갈 수가 없다. 제발 택시 좀 잡아달라”고 애원했다. 경찰이 나선 지 5분도 안 돼 택시가 잡혔다.



 택시기사들은 단속원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승객을 골라 태웠다. 손님이 탔는지 여부를 알 수 없게 ‘빈차’ 표시등을 끈 채 다니거나 ‘예약’ 표시등을 켜놓는 방법을 썼다. 행선지를 먼저 말하며 호객행위를 하는가 하면 원치 않는 승객이 탈 수 없게 문을 잠그고 다니는 기사도 있었다. 시민들은 “단속원이 있어도 이런데 없으면 어떻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기사들에게도 사정이 없는 건 아니다. 김모 기사는 “가장 손님이 많은 자정부터 한 시간 동안의 실적에 따라 사납금을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가 갈린다”며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일 회사에 14만5000원을 내야 한다. 전모(60) 기사는 “서울택시가 경기 지역으로 가면 돌아올 때 손님을 태울 수 없다. 또 서울시내라도 외곽으로 가면 빈 차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손님을 골라 태운다”고 했다. 강남에서 가까운 잠실이나 봉천동의 경우는 요금이 적기 때문이다.



 강남대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유명무실한 단속을 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는 것이야말로 전시행정 아니냐”고 했다. 이날 강남역 일대에서 승차거부로 적발된 택시기사는 4명뿐. 서울 전역의 단속 건수도 224건에 불과했다. 한 곳에서 10건도 채 적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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