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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길’ 파격엔 김정은 후계코드 있다





16년간 신년호 1면에 ‘신년사’ 실은 노동신문 올해는 노래와 악보만 등장 … 왜



1995년 이래 신년 공동사설로 1월 1일자 1면을 채워오던 노동신문의 관행이 올해 깨졌다. 북한은 올해 노동신문 1면을 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만들어진 노래 ‘승리의 길’로 도배하고 공동사설을 2면으로 밀어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신년 공동사설로 1면 전체를 채운 지난해 노동신문 신년호. [노동신문 촬영]





북한이 올해 1월 1일자 노동신문 1면에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의 3개지 공동사설을 게재해오던 관례를 깨고 노래와 악보만 실은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년사에 해당하는 3개지 공동사설은 김일성 주석 사망 다음 해인 1995년부터 노동신문 1면 전체에 걸쳐 게재돼왔다.



 본지가 입수한 1일자 노동신문 1면은 “머나먼 혁명의 길에~”로 시작하는 ‘승리의 길’이란 노래 악보와 3절까지의 가사로 채워졌다. 대신 신년 공동사설은 2면 전체에 할애됐다.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 역시 공동사설을 2면에 배치하고, 1면에 ‘신심 드높이 가리라’의 악보와 가사를 게재했다. 노동신문에 실린 노래 ‘승리의 길’은 90년대 후반 북한이 극도의 경제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했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만들어졌다. 민심 이반을 막으면서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 아래 주민을 결속하기 위한 선전선동곡이다. 가사에 나와 있는 ‘고난의 천리를 가면 행복의 만리가 온다’는 구절은 당시 북한 상황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일러준다. 김정일은 2000년 “오늘은 비록 어렵지만 난관을 뚫고 나가면 반드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하고 보다 행복한 생활을 창조할 수 있다는 (노래의) 사상이 얼마나 좋은가”라고 이 노래를 극찬한 바 있다. 이 노래는 당시 북한의 구호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와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이런 배경을 가진 노래를 노동신문 신년호 1면에 도배한 데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한 2012년과 떼놓을 수 없다. 현재보다 상황이 더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끄집어내 주민들의 노력을 동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인제대 진희관(통일학) 교수는 “김일성 생일 100주년인 내년에 강성대국을 완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자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주민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경제 건설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대 정창현(북한학) 겸임교수도 “백 마디의 말보다 하나의 노래를 통해 강성대국 완성을 위해 주민들을 독려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김정일 셋째 아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후계 안착은 북한에 곧 만사(萬事)다. 북한 지도부는 지난해 9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이후 ‘더 살기가 좋아졌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북한에서 경제적 성과를 내려면 주민들의 허리띠를 조를 수밖에 없다. 올해 신년 공동사설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공업 박차와 인민생활 향상’을 기치로 내건 것과 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노력 동원은 주민 결속과 김정은 반대세력 숙청의 호재이기도 하다. 구체적 실적을 근거로 새로운 지배 엘리트를 창출해낼 수 있다. 노동신문의 변신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용수 기자



◆신년 공동사설=북한의 한 해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년사에 해당한다. 1월 1일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 등 3개 신문을 통해 발표한다. 먼저 전년도를 평가하고 정치·경제의 내정, 남북관계·대외관계 순으로 새 정책 노선을 담는다. 김일성 주석은 1994년까지 생방송을 통해 직접 신년사를 발표했으나, 그의 사망 이후 현재의 방식 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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