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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샌델 교수 ‘EBS 강의 대박’ 3가지 비결





① 학생 이름 불러주고 ② 토론 불 지피고 ③ 정리는 깔끔했다



최형규 기자



‘정의(justice)’.



 이게 상품이라면 장사가 될까. 대부분 ‘노(no)’할 것이다. 진부하고 추상적이지 않으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예스(yes)’라고 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만이 아니다. 그의 강의 또한 대박이다. 강의마다 1000여 명의 학생이 몰린다.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EBS에서 방송 중인 샌델 교수의 강의를 11일 밤 들어봤다. 주제는 ‘(정부와 국민) 합의의 조건’과 ‘대리출산 계약 이행 반대에 대한 의견’. 각각 30분씩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의가 끝난 후 옆에 있던 아들(대학 1년)에게 물었다.



 “인상 깊은 게 뭐냐.”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 토론의 주체로 끌어들이는데요.”



 “한국 교수들도 그러잖아.”



 “에이. 아직도 일방적 칠판 강의가 대부분이죠.”









마이클 샌델



 샌델 교수는 7분 정도 주제 설명을 했다. 말은 짧은 문장을 이어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름을 반드시 확인했다. 교수는 이름을 부르고 그가 전개한 의견과 다른 시각에서 질문을 했다. 그렇게 10여 명의 다른 학생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논쟁은 확산시키기보다는 깊이를 더하도록 유도했다. 시간은 15분 정도. 강의 시간의 절반이다.



 예시는 다양하고 자극적이었다. ‘대리출산 계약’ 관련 강의를 하면서는 두 개의 광고를 들고 나왔다. 하나는 하버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정자 구함’ 광고. 대가는 100~200달러. 다른 하나는 미국 동부 명문대 여학생들을 상대로 한 ‘난자 구함’ 광고. 대가는 5만 달러. 이 대가의 차이를 놓고 벌인 남녀 학생들의 토론은 격했다. 교수는 그 열기를 ‘대리출산 계약 이행’으로 끌고 갔다. 예시를 통해 토론에 불을 지피는 기술은 자연스러웠다.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 한국 교수들은 강의에서 어떤 예시를 하니.”



 “주로 개인 경험을 얘기하죠. 10년 된 강의노트 가진 교수도 있는데….”



 수업 마무리는 ‘정리의 미학’을 보는 듯했다.



  “대리출산 계약 이행 여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대리모가 계약 당시 출산 후 엄마로서 자신의 감정변화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다. 따라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 시간에는 다양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말을 통해 이 주제의 좀 더 깊은 면을 둘러볼 것이다.”



 교수는 법원의 판결도 토론의 결론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사유(思惟)의 화두’로 활용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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