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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값 안정이 불러온 전세난







심상복
논설위원




전셋값이 뛰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하나만 대라면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전세를 놓는 집은 줄어들고 있다. 왜 그런가. 집값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집값이 안정돼서 전셋값이 오른다. 해괴망측한 주장이 아니다. 시장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집값 안정은 우리 사회가 바라는 바다. 투기로 재미를 보려는 사람은 빼놓고 말이다. 다수가 염원했던 대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이 전셋값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세는 우리나라 특유의 주택임대 방식이다. 집주인이 목돈을 받고 집을 빌려준다. 이 제도는 세입자와 집주인을 다 만족시켰다. 세입자는 기한이 되면 전세금으로 맡겼던 돈을 몽땅 되돌려 받는다. 몇 년을 살아도 원금이 하나도 줄지 않는다는 점에 세입자는 만족한다. 집주인도 이익이다. 전세를 내준 동안 부동산 값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기존 집을 팔고 다시 전세를 끼고 좀 큰 아파트를 사면서 자산가치를 불려왔던 것이 우리 주변의 얘기다.



 집값 변동이 별로 없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모두 월세였다. 뉴욕특파원 시절 미국인에게 우리의 전세 제도를 설명해준 적이 있다. 설명하기 힘들었지만 집값이 계속 올라주기만 하면 집주인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주인과 세입자 둘 다 ‘윈윈’했던 이 제도는 집값이 계속 상승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부동산의 ‘지속가능 성장’이 선행조건인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전제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집값이 안정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돌리고 있다. 다달이 세를 받는 것이 전세금을 굴리는 것보다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은행 이자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부동산 재미가 사그라지자 집주인들은 집을 팔고자 한다. 하지만 팔리지 않는다. 가격이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한 탓이다. 과거 같으면 집을 살 사람이 전세를 찾으니 전세난이 가중되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에도 원인이 있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짓고 있는 이 주택이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건 또 다른 아이러니다. 보금자리주택을 분양 받으려면 무주택자여야 한다. 이 집은 시세보다 족히 30%는 싸기 때문에 분양만 받으면 횡재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이렇게 많은 이익을 보장했더니 다들 여기에 목을 매고 있다. 집을 사지 않고 셋집을 전전하는 것이다. 시장은 늘 수요와 공급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힘이 조금만 기울어도 파장은 크게 번진다. 비수기의 전세난이 그것이다.



 집값 안정세가 낳은 이 아이러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부동산 시장에 다시 불을 댕긴다? 그건 물론 안 될 일이다. 묘수는 없다. 일단 전세 대신 월세가 많이 나오는 현실에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월세를 싫어한다. 전세금은 나중에 다 찾지만 월세는 내는 순간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자에 대한 개념이 약하거나 전셋돈으로 월세를 능가하는 이익을 낼 자신이 없는 탓이다. 월세 산다고 하면 형편이 어려운 것으로 비춰지는 것도 의식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전세를 선호한다. 하지만 지금 중개업소엔 전세는 없고 월세는 쌓이고 있다.



 정부는 13일 전세난 대책을 내놨다. 소형주택 공급 확대와 전세자금 지원이 골자인데 효과는 미지수다. 1~2인용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월세용 상품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인이 월세 놓는 걸 막을 방도는 없다. 세입자들이 월세 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좀 도와줄 필요가 있다. 월세 사는 사람들에게 한시적으로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다주택자가 임대주택 사업자로 쉽게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여러 채의 집을 가졌다고 세금을 중과하면 셋집 공급을 막는 결과를 빚는다. 서울에만 허용된 ‘시프트(장기전세주택)’를 수도권에 짓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워낙 인기가 높아 수도권에 지어도 잘 팔릴 것 같기 때문이다. 약 9000가구에 이르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도 민간업계와 상의해 봐야 할 것이다.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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