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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손실나면 거래소 탓하는 투자문화







박상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2월 16일이면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가 된다. 추기경은 수년 전 ‘내 탓이오’ 운동을 통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내 탓이오’는 가톨릭 신자가 자신의 죄를 반성하면서 되뇌는 미사통상문의 하나로, 내면 성찰을 통해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치유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당시 종교의 범주를 뛰어넘어 범사회적 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사실 ‘내 눈의 들보’보다 ‘남의 눈의 티끌’을 더욱 쉽게 지적하는 세태 속에서, 잘못과 문제의 근원을 나로부터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용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도덕성 회복을 위해서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에서 각자 ‘남의 눈의 들보보다 내 눈의 티끌’에 더욱 아파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내 탓이오’를 거론하는 것은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이 선진 금융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참가주체의 자기성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자본시장은 증권회사와 거래소 등을 중심으로 자금수요자인 기업, 공급자인 투자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거래소 등은 자본시장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시스템 위험을 최소화할 책임을 진다.



 코스닥시장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필자도 시스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여왔는가에 대해 자문(自問)하고 있다. 부실기업을 심사해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야 했던 필자는 투자 손실로 가슴 아파할 개인투자자를 떠올렸다. 그것이 부실기업에 투자한 ‘투자자 탓’이라기보다 ‘내 탓’일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까 고민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시장관리자로서 시장 건전성 제고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거래소는 올해부터 우회상장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상장폐지기업과 유사한 유형을 보이는 기업군을 사전에 조사해서 투자자에게 알리고 상장기업 공시내용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도 확인해 나갈 생각이다.



 거래소 등 시장 인프라를 제공하는 주체는 시스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자도 투자 결정과 관련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는 재무제표와 각종 공시, 기업분석보고서 등 투자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각 투자 주체가 합리적 투자를 위해 이러한 정보를 적극 이용하고 다양한 정보 발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형상 부실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테마주에 편승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에 의존해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선호 투자 성향으로 인식된다. 물론 그에 따른 투자책임 또한 본인에게 있다.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책임을 거래소, 상장기업 등으로 미루며 ‘네 탓’을 하기 앞서 각종 투자 정보에 먼저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자본시장의 하드웨어적인 성숙도는 이미 선진시장 못지않다. 다만 소프트웨어를 어떤 내용으로 채우느냐가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시스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가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시장관리자의 성찰과 주어진 투자 정보를 꼼꼼히 살피는 투자자의 건강한 투자 행태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이 한층 성숙해지리라 생각된다.



박상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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