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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진보가 밥 먹여준다?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전 중앙일보 사장




진보 지식인 두 사람이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야심 찬 대담집을 내놓았다. 시민기자제를 도입해 인터넷시대 새로운 언론 매체를 창출한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묻고 대표적 진보학자라 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7개월에 걸쳐 나눈 대화집이다.



 우선 이들의 지난 진보 세력에 대한 자체 평가와 반성이 돋보인다. 진보가 집권을 했다. 그러나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는 정책 대안 없이 집권하다 보니 진보 무능에 빠졌다. 386세대들이 국회의원도 되고 집권도 해보니 투사가 영주로 변모하는 현상이 나왔다. 왕으로부터 봉토를 받고 안락한 영주로 지내다 보니 ‘왕이 되기를 거부한 행복한 영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해서 정치 좌파, 생활 우파라는 386 생활인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제 불씨 꺼져 가는 386세대들에 불을 지펴 지난 촛불시위처럼 새롭게 떨쳐 일어나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는 확실한 대안으로 2012년 대선, 아니면 늦어도 2017년 대선에 진보 집권을 재창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상급식, 무상보육, 준(準)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정책을 생활 속에 실현하자는 것이다. 무상급식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고 4대 강 같은 엉뚱한 개발사업만 하지 않아도 이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연 그런가. 진보가 밥 먹여준다는 플랜은 정확히 표현한다면 밥을 퍼주는 능력을 말할 뿐이다. 밥을 퍼주기 전에 누가 밥을 짓고 밥의 원천인 쌀은 누가 생산하는가. 농사를 짓자면 농토를 개발하고 거름도 줘야 하고 병충해에 구제역까지 막아야 한다. 제때에 물을 대자면 저수지를 만들고 수로를 열어야 한다. 그뿐인가. 다 된 농사에 멧돼지가 몰려와 쑥대밭을 만들지 못하도록 울타리도 굳건하게 쳐야 한다. 못된 이웃이 툭하면 야밤에 몰려와 훼방을 놓고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엄포를 치다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를 폭침해 젊은 우리 아들들을 수장시켰다. 평화로운 어촌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을 죽이고 고향을 떠나게 만드는 이 눈앞의 기막힌 현실에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이 모두를 생략하고 밥만 퍼주면 된다?



 진보의 이상은 감미롭다. 북과 화해 협력해서 개방 쪽으로 유도하면 될 것을 북을 자극하고 냉대하니 평화가 깨졌다고 몰아붙인다. 북의 경우 최소 경비로 최대 공격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은 핵과 생화학 무기다. 이를 묵인한 채 퍼주기만 한다고 북이 핵을 포기한다? 북과의 화해 협력은 북에 대한 우리의 안보 제어장치가 확실하게 작동할 때 가능하다. 한때 쌀과 비료,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이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10년 햇볕공사는 허망하게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핵은 핵으로, 미사일은 미사일로 대응하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 미사일 개발제한을 시급히 풀어야 하고 2014년에 끝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계기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진보의 이상은 감미롭지만 보수의 현실은 고달프다. 나쁜 이웃의 공격을 막자면 첨단무기도 사들여야 하고 울타리도 높이 쳐야 하며 물 부족 국가의 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쌀농사만 지어서는 벌이가 되지 않는다. 신수종을 개발해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투자를 해야 한다. 공짜로 먹고 편히 사는 게 아니고 일자리를 거듭 창출해 내야 하고 세계를 나의 시장으로 삼아 다시 도약해야 한다. 모든 게 인기 없는 품목들이지만 이게 박세일 교수가 명쾌하게 정리한 ‘큰 복지’다. ‘작은 복지’란 ‘무상’ 시리즈 퍼주기 복지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썼다. 진보 민주당이 보수 공화당을 이기려면 공화당 상징인 코끼리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코끼리를 건드릴수록 코끼리 전략에 말려든다. 지금 진보의 집권 전략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등 퍼주기 전략이다. 보수는 진보의 퍼주기 경쟁에 휘둘리지 말라. 공짜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진보가 진보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면 보수는 보수의 깃발을 흔들어야 한다.



 진보는 나름대로 성실히 과거를 반성하고 진보의 가치로 새 집권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보수는 뭘 하고 있나. 진보 눈치나 보며 퍼주기 경쟁에 덩달아 나서고 진보의 깃발에 끌려다니고 있질 않은가. 보수는 보수다워야 한다. 울타리를 굳게 지키고 농사에 전념하면서 소득을 높이는, 비록 인기 없고 표 없는 일이라도 묵묵히 나라 기초를 다지는 보수 집권 플랜을 내놓아야 한다. 농사(경제발전)를 잘 지으면 밥(복지)은 저절로 나온다. 보수는 뼈 빠지게 농사를 짓지만 진보는 밥 퍼주기 생색만 내고 있지 않은가. 이 사실을 국민에게 각인시켜라.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전 중앙일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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