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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크리에이터 ① 작곡가 장소영





곡 까먹어 즉흥연주 … “너 작곡과 가라” 말에 진로 바꿨죠



뮤지컬 작곡가 장소영씨의 다음 작품은 오는 4월 대구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투란도트’다. 그는 “웅장함과 애잔함, 서양적인 것과 한국적 색채를 다 버무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뮤지컬도 스타가 주무르는 세상이다. 올 최고 기대작 ‘천국의 눈물’(2월 1일 국립극장 개막)에서 동방신기 출신 시아준수(본명 김준수)의 티켓 1만장이 5분도 안 돼 몽땅 팔려 나갔다. 모두들 배우에게 먼저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뮤지컬 역시 숨은 주역들이 이끌어간다. 누가 만드는가에 따라 때깔이 달라지고, 결국 거기서 스타도 나올 수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외국 작품 라이선스 위주인 터라, 아직 한국 창작자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언제까지 그런 비판이 나와야 할까. 스타 크리에이터(creator)가 절실한 때다.



그래서 작품의 얼굴인 뮤지컬 배우들에게 물어봤다. 어떤 창작자가 최고인지를…. 모두 150명의 뮤지컬 배우가 설문에 응했다. 총 5회에 걸쳐 ‘무대 위의 크리에이터’를 연재한다. 중앙일보와 BC카드 Loun.G가 공동 기획했다. 우리 공연계의 체력을 다지자는 뜻에서다. 그 첫 회는 ‘뮤지컬 창작의 꽃’인 작곡 분야다.





뮤지컬 배우들이 뽑은 최고의 작곡가는 장소영(40)씨다.



 장씨는 ‘싱글즈’로 2007년 한국 뮤지컬 대상 작곡상, ‘형제는 용감했다’로 2009년 더 뮤지컬 어워즈 작곡상을 수상한 국내 대표 뮤지컬 작곡가다. 150명의 배우 중 43명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소품과 대작을 두루 소화한다” “어떤 작품에서든지 장소영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등의 지지를 받았다.



  #“드라마 이해 정확하다”



 장소영씨는 2004년 ‘하드록 카페’로 뮤지컬에 첫 입문했다. 지금껏 16개의 뮤지컬을 만들며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전문 뮤지컬 작곡가가 드문 국내 뮤지컬계에서 굳건히 자기 위치를 확보한 몇 안 되는 작곡가다. ‘싱글즈’ 제작자인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는 “드라마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작곡가다. 무얼 맡겨도 믿을 만 하다”고 말했다.



 정작 장소영 작곡가 본인은 1위를 했다는 소식에 “잘 했다고 배우들이 뽑아준 게 아니라, 다른 작곡가보다 오래하고 많이 해서 주는 공로상 같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장씨는 선화예중·예고를 나왔다. 본래 전공은 피아노였다. 고2때 피아노 실기 시험 중 한 대목을 까먹고 말았다. 리스트 곡이었다.



 “첫 음을 잘못 잡았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엉뚱하게 가게 됐고, ‘에라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2분 가량을 그냥 쳤어요. 일종의 즉흥 연주였죠. 그러고도 속으론 ‘티 안 나잖아, 누가 알겠어’라며 시치미를 뚝 뗐죠. 끝나고 선생님이 그러는 거에요. ‘너 작곡과 가는 게 낫겠다’”



 단순히 꾸지람이 아니었다. 그 역시 정해진 악보를 있는 그대로 치는 것보단, 조금씩 비틀면서 새롭게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의 일로 전공을 바꿨고, 연세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도 정통 클래식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을 즐겼다.



 4학년 때 출전한 대학가곡제는 그에게 대중음악을 조금 더 접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금상을 수상했다. “그때도 상 받고 어땠는지 아세요. 에이 금상이야? 대상 아니고. 제 멋에 겨워 산 거죠.”



  #“쉬지 않고 달려가겠다”









장소영 작곡, 배삼식 극작의 뮤지컬 ‘피맛골 연가’(2010). 조선시대 종로 뒷골목인 피맛골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다뤘다.



 장씨는 대학 졸업 뒤엔 주로 영화음악 편곡 작업을 많이 했다.



 “순수하게 듣는 음악보다, 내 음악이 어딘가에 사용되는 재미에 푹 빠졌던 시기였다”고 했다. 합창단 노랫말을 만들기도 했고,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도 했다. “돌이켜보면 대학 졸업 후 10년은 뮤지컬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데뷔 이후 주로 작곡했던 작품은 ‘미스터 마우스’ ‘싱글즈’ 실연남녀’ 등 주로 소극장 뮤지컬이었다.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히면서도 어딘가 ‘싼티’가 난다”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리게 해 준 작품이 지난해 9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피맛골 연가’였다. “이 악 물었죠. ‘누가 하지 못해 그러는 줄 알아’란 심정이었어요.”



 이 뮤지컬에서 장씨는 클래식에 바탕을 둔 웅장한 선율에 해금·대금·가야금 등 국악기를 적절히 가미해 “한국적 정서를 농축시켜 우려냈다”란 호평을 받았다. 특히 남·녀 주인공이 부른 듀엣곡 ‘아침은 오지 않으리’는 중독성이 강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대다수 배우들은 “‘피맛골 연가’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보여주었다”란 이유로 장씨를 추천했다. 그는 “대형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게 한, 내 음악 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또한 ‘다작의 여왕’으로 불린다. 한해 세 편 정도의 신작을 내놓고,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작품까지 합치면 1년에 대략 10여 개 뮤지컬에 관여한다. “너무 많이 하는 탓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 바닥이 쉽게 드러난다”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본인은 강하게 부정했다. “작곡의 필수 요소 중 하나는 마감이다. 많이 한다고 질이 떨어지진 않는다. 헨델도 600개가 넘는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 많은 습작 중에 명작이 나온다. 현재의 감을 잃지 않도록 계속 나를 단련시키고 싶다.”



 그는 현재 ‘TMM’이란 작곡 창작집단을 이끌고 있다. 뮤지컬 작곡을 꿈꾸는 후배들에겐 “무대 매커니즘을 알아갈수록 작곡의 깊이도 더 단단해진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기본기”란 말을 전했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다른 작곡가는 …











작곡가 2위는 음악감독으로 더 유명한 김문정씨였다. 34표를 얻었다. 김씨는 2008년 초연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애틋한 스토리보다 더한 아련함을 악보에 옮겼다”란 평가를 받았다.



 3위에는 ‘영웅’ 한 작품으로, 단숨에 한국 뮤지컬의 희망으로 떠오른 오상준씨가 올랐다. 2, 3위에 오른 이들은 모두 한편의 뮤지컬만 작곡했다. 그만큼 뛰어나다는 얘기일 수 있지만, 역으로 한국 뮤지컬 작곡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4위는 해외파 1세대인 이지혜씨다. ‘첫사랑’ ‘대장금’ 등으로 뛰어난 음악적 자질과 천재적인 기량을 발휘했지만 최근 작곡 활동이 뜸하다는 게 배우들의 지지를 덜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5위는 ‘라디오 스타’의 허수현씨가 차지했다.



이렇게 조사했습니다



설문 조사는 4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다. 현재 공연되고 있는 대형 뮤지컬에 출연 중인 배우를 중심으로 했다. ‘금발이 너무해’ ‘삼총사’ ‘아이다’ ‘영웅’ ‘지킬 앤 하이드’ 등 작품별로 20명 안팎의 배우가 설문에 응했다. 이밖에 곧 공연될 ‘천국의 눈물’과 소극장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나오는 배우도 조사에 참여했다. 지명도가 있는 배우 10명은 따로 설문 조사했다. 설문 문항은 모두 5개였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 창작자 중 최고의 작곡가·극작가·안무가·음악감독·연출가가 누구인지 물었다. 배우 150명의 의견을 물은 건 국내 첫 시도다.



설문에 답한 뮤지컬 배우 150명 (작품별 가나다순)



◆금발이 너무해(15명)=김경선 김수현 김재만 김효정 라이언 성기윤 이영은 이창원 정원일 조은 최미소 최성희 최영화 최현선 황용준



◆삼총사(20명)=강륜석 구옥분 김대웅 김아선 김상현 김혜령 박규석 서범석 서승원 서지영 유병은 유인혁 이성미 이슬기 이정렬 이지현 인선호 장고운 최욱로 표정우



◆아이다(22명)=강경모 김도경 김성수 김우형 김지민 김호영 명호종 문병권 문의인 문종원 서승원 심새인 오석원 이동재 이재철 임유 장윤정 정가희 정동진 정선아 최비야 최은주



◆영웅(28명)=강지민 김보근 김선혜 김순주 김영완 김종우 김준오 김형균 박경수 박은석 박해수 배문주 손명호 손제훈 신동아 신현묵 양준모 이가연 이정선 이종혁 이주언 이희재 임철수 전미도 조영경 최성환 홍현표 황장호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10명)=김국희 박세웅 이은형 이지숙 정문성 조헌정 최영준 최주리 최현지 홍희원



◆천국의 눈물(21명)=권민우 김명희 김수영 김태훈 박범정 박수진 박형규 유성재 유정은 윤공주 이예은 이우승 이진희 이혜림 임혜성 장대웅 조민정 하강웅 한규정 현순철 홍륜희



◆지킬 앤 하이드(24명)=강상범 김보경 김봉환 김선동 김선영 김소현 김수연 김이삭 김태문 박선정 박유덕 박종원 방지숙 손진오 염혜정 윤민우 이경두 이나영 이용진 이희정 정성진 정현철 조현태 홍미옥



◆기타(10명)=김영주 박건형 방진의 송창의 이석준 이영미 임기홍 조정석 최나래 홍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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