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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벌 폐기한 이랜드의 결단





옷 회사 대표 옷을 잘랐다 … 직원들은 눈물을 훔쳤다 … 품질 불량 문제를 도려냈다



11일 중국 상하이 중국 이랜드 본사에서 열린 ‘리콜 상품 절단식’에서 최종양 대표가 가위로 겨울 신제품을 자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흠이 발견된 1770여 벌의 새 코트가 직원들 손에 잘려나갔다. [이랜드 제공]



“이건 일부 생산 라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의 문제이고 회사 전체의 문제입니다. 제가 먼저 문제를 도려내겠습니다.”



 11일 중국 상하이 민항취에 위치한 중국 이랜드 본사 1층. 최종양 중국 이랜드 대표가 가위를 들고 패딩 코트를 자르기 시작했다. 200여 명의 직원이 모인 강당은 최 대표의 가위질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몇몇 직원이 눈물을 훔쳤다.



최 대표가 겨울 코트 두 벌을 잘게 자르고 나자 직원들도 앞에 놓인 가위를 들었다. 이들은 30여 분에 걸쳐 겨울 코트 1770여 벌을 잘랐다. 모두 올겨울 생산된 신제품이다. 한 벌당 가격은 3580위안(약 60만4000원). 이날 잘린 코트는 시가로 모두 10억7000만원어치다.



 이날 행사는 최종양 중국 이랜드 대표가 품질 혁신을 주문하며 연 ‘리콜 상품 절단식’이었다. 갈수록 고급화하는 중국 의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품질을 지금보다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조직에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이날 잘려나간 코트는 두 가지 종류. 여성복 브랜드 스코필드의 패딩 코트와 모직 코트다. 두 제품 모두 소비자 항의를 받은 적도 없는 상황에서 리콜 조치됐다. 지난해 12월 매장을 돌아보던 최 대표가 직접 흠을 발견한 것이다. 패딩 코트는 누빔 두께가 일정하지 않고 속단추가 잘 여며지지 않는다는 점이, 모직 코트는 원단 질감이나 박음질이 고급스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 대표는 직원들에게 “한국 돈으로 20만원쯤 하는 코트라면 사실 문제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60만원에 팔리는 고급 상품으로는 볼 수 없는 품질”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절단식에는 각 브랜드의 생산·구매·판매 담당자뿐 아니라 한국 이랜드의 디자인 담당자 2명도 참석했다. 품질 관리는 생산 라인뿐 아니라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기획과 설계·구매·판매·진열 등 모든 직원이 품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이랜드 김만수 경영기획본부장은 “최근 실적으로 다소 들떴던 조직 분위기가 한순간 비장해진 느낌”이라며 “일부 직원은 옷을 자르며 흐느낄 정도로 가슴 아파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절단식 행사에서 제품 리콜로 어려움에 빠진 도요타와 존슨&존슨 관련 뉴스도 시청했다. 최 대표는 “세계적 회사도 고객의 외면을 받으면 한순간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최근 수선량이 생산량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우리도 문제가 없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이랜드 조직은 이번 행사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의류 회사는 문제 제품을 발견하면 아웃렛 등 행사 물량으로 전환하거나 소외 이웃에 기부하는 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최종양 대표는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 하향 곡선을 그리기 마련”이라며 “경쟁력에서 최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존 사고의 틀을 깨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상하이=임미진 기자



◆최종양 대표=2001년 이랜드 중국 사업을 맡게 된 이후 6개월간 기차로 중국 190여 개 도시를 돌았다. 2008년 중국 법인 대표로 부임한 뒤 무섭게 사세를 키워 지난해 중국 전역 3500여 매장에서 1조2000억원 매출 달성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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