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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속 그 이야기 <10> 강원도 바우길





동네사람이 냈어요, 감자바우처럼 거칠고 투박해도 수수한 길





명성 자자한 강원도 바우길을 걸었다. 제주 올레, 지리산 숲길과 함께 국내 3대 트레일로 일컬어지는 길이다. 바우길이 처음 난 건 2009년 9월이고, 그 길을 낸 사람이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 선생이어서 바우길은 진작부터 주목 대상이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어느 계절에, 정확히는 어느 달에 바우길을 소개할지 고민이었다. 눈 덮인 대관령을 생각하면 당연히 겨울에 걸어야 했고, 경포호수를 생각하면 벚꽃 만발한 봄이 좋았고, 동해안 백사장을 따라 걸으려면 여름이 어울렸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2011년 첫 번째로 순서를 정했다. 백두대간 선자령 마룻길을 걷거나 대관령 옛길을 걸어서 내려오면 새해를 여는 일종의 의례를 대신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찾아간 날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대관령은 그날 아침 영하 23도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쳐 대관령 일대는 구제역 때문에 출입이 통제됐다. 바우길 현장 답사를 도맡은 이기호 사무국장에게 걱정을 털어놓자 이 국장이 강원도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되받아쳤다. “선자령·대관령 말고도 좋은 길이 널렸는데 뭔 걱정입니까?”



글·사진=손민호 기자



# 소나무 숲 아래서 겨울바다 옆에서











바우길은 시방 모두 150㎞ 11개 구간을 개장한 상태다. 앞으로도 5개 구간을 더 열 계획이다. 11개 구간 중에서 이기호 국장은 5구간을 골랐다. 강릉시 북쪽 사천항에서 해안을 따라 죽도봉까지 내려오는 17㎞ 길이의 길이다. 지금도 시퍼런 겨울바다와 눈 쌓인 해송 숲은 기억에 남아 있다.



바우길 1구간은 선자령 산마룻길이다.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 갔다 오는 길로, 한국을 대표하는 눈꽃 트레킹 코스다. 2구간은 그 유명한 대관령 옛길이다. 그렇다면, 5구간엔? 경포호수가 있다.



5구간 시작점은, 그러나 경포호수가 아니다. 경포호수에서 약 7㎞ 북쪽에 있는 사천항이다. 지금 사천항은 양미리가 제철이다. 예년보다 수확량이 줄었다고 하지만, 이른 아침 사천항은 양미리를 손질하는 아낙네의 손길이 분주하다. 5구간은 사천항에서 해변을 따라 경포호수까지 이어진다.



경포호수는 강릉시민이 가장 아끼는 아침 산책 코스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면 약 5㎞ 거리다. 호수를 돌고 나오면 초당마을이 보인다. 순두부로 유명한 마을이다. 이 마을엔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있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이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1569~1618)과 허균의 누이이자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초당마을을 나와 송정해변을 따라 걷는다. 이 해변에 국내 최대 해송 숲이 펼쳐져 있다. 길이만 해도 3㎞에 달한다. 해송 숲을 지나 솔바람다리에 다다르면 5구간이 끝난다. 17㎞ 거리가 부담스럽지만 오르막이 없어 걸을 만하다. 소박한 어항, 눈 쌓인 백사장, 파도 치는 겨울바다, 끝없이 이어진 소나무 숲, 그리고 경포호수와 허균·허난설헌 공원까지 아기자기한 재미가 더하면 6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 바우길을 위한 한마디









바우길을 알려주는 리본. 이 리본만 따라 걸으면 된다.



바우길은 민간인이 낸 길이다. 소설가 이순원씨와 산악인 이기호씨가 앞장섰고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힘을 보탰다. 제주 올레가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민간인이 낸 길은 한결같은 시련을 겪는다. 해당 지자체의 무관심, 나아가 훼방을 견뎌야 한다. 이유는 하나다. 관(官)이 주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 올레도 이런 식으로 시달렸다.



제주 올레는 폭발과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금은 제주도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바우길은 사정이 다르다. 아직도 강원도나 강릉시의 무관심, 나아가 훼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바우길은 열악하다. 이정표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지도 한 장 없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인근 관광지 정보도 손수 알아봐야 한다. 바우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이 불평을 늘어놓아도 바우길 사무국은 그저 머리만 조아릴 뿐이다. 민간인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순원 이사장은 “말 못할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다음과 같은 다짐은 분명히 밝혔다.



“바우길은 이름 그대로 강원도를 상징하는 길입니다. 강원도 사람을 ‘감자바우’라고 이르는 데서 착안한 것이지요. 그래서 길도 강원도를 닮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박하고 거칠어도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길이어야 합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걸을 때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바우길은 오로지 옛 길을 찾아서 다시 이은 길입니다. 길을 내는 데는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데크로드를 깔고 새 탐방로를 건설하는 건 바우길의 정신과 맞지 않습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길 정보=바우길 홈페이지(www.baugil.org)와 인터넷 카페(cafe.daum.net/baugil)가 현재 바우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아니면 전화를 해야 한다. 033-645-0990. 바우길 사무국에서 2구간이 끝나는 지점에 최근 게스트 하우스를 열었다. 모두 5개 동으로 한 동에 10명까지 잘 수 있다. 후원금 명목으로 1인당 2만원씩 내면 방을 빌릴 수 있다. 아침과 저녁밥도 준다. 주말마다 ‘정기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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