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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일본이 안보 파트너가 되려면







문창극
대기자




일본이 안보 파트너가 되려면



만주 벌판 동북쪽 끝자락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시에는 항일 전적비가 서 있다. 만주 땅에서 중국인과 조선인이 일본군에 대항해 싸운 것을 기념한 거대한 석상이다. 만주 벌판에는 우리 독립군의 항일 유적지가 널려 있다.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 등 곳곳에 항일 유적이 숨쉬고 있다. 이 만주 유적지가 매개가 되어 어느 날엔가는 남북이 역사를 함께 쓸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의 침략주의·패권주의에 맞서 함께 싸웠던 한국인과 중국인은 안중근 의사가 ‘동양 평화론’을 주창했듯이 평화를 위한 공동의 역사를 쓸 날이 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순탄하지 않은가 보다. 평화는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난 한 해를 통해 알게 됐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원래 그렇다고 치고 더 큰 실망을 안겨 준 나라는 중국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중국이 남북 통일을 위해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992년 국교 정상화는 그런 기운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은 변했다. 개혁·개방으로 나라가 커지자 중국 역시 패권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제법도, 국제정의도 무시했다. 너무나 확실한 증거를 두고도 그들은 ‘전략적 고려’에만 매달려 북한을 편들었다. 한국은 아예 무시했다. 2025년쯤 되면 중국이 세계 제일의 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때 가면 중국이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나서 줄까? 지금 식대로라면 기대할 수 없는 얘기다. 19세기 말 일본은 근대화로 힘이 생기자 조선·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넘보았다. 그 후 백 년, 동북아에서 중국이 그 위치를 대신하려는 낌새가 완연하다. 그릇에 물이 차면 밖으로 흘러넘치듯이 힘도 역시 똑같다. 중국의 힘은 이제 넘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주변국들은 중국의 넘치는 힘을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의 ‘힘의 정치’를 경계하는 것이다.



 한·일 국방장관이 만났다. 정보협정과 군사협정이 논의됐다. 한·일 간에 군사협력을 위한 최초의 논의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비책 일환이다. 한때 이 나라를 강탈한 침략세력이었던 일본이 이제는 믿을 만한가? 꼭 일본과 군사협력을 해야 하는가? 역사는 이렇게 돌고 도는가? 북한 뒤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우리의 제일 무역국이다. 중국이 반발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그래서 우리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안보적으로는 중국의 힘의 정치를 막아야 하고, 경제적으론 중국과 협력을 해야 한다. 그러니 딜레마다.



 힘에 의존하는 세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방식은 세력균형이다. 중국의 팽창은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평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패권주의와 팽창주의를 택한다면 우리는 이 지역의 세력균형을 위해 일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의 선택사안이 아니라 중국의 태도에 달린 문제다. 중국이 지역평화를 위해 대국의 책임을 다한다면 굳이 우리가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잡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태도는 우리를 실망시켰다. 지금 한·중·일 세 나라의 국내 총생산을 합치면 유럽연합과 맞먹는다. 앞으로 세계 성장의 중심은 동북아가 될 것이다. 도쿄에서 서울을 거쳐 베이징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서로 번영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힘의 정치보다 평화의 협력을 원한다. 동북아가 대결구도로 가길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런 진심이 짓밟힌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한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좀 더 당당하게 밖으로 말해야 한다. 국민에게도 좀 더 분명히 하고 가야 한다. 국민의 대일 감정을 우려해 우물우물 별것 아닌 것처럼 축소하여 넘길 일이 아니다. 일본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냉철하게 안보적 선택을 해야 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점을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비록 그것이 극히 초기 단계라 할지라도 일본과 군사협정으로 진입하기 전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다. 한·일 두 나라가 과연 군사협정을 맺을 수 있을 만큼 서로 신뢰하고 있는 사이인가라는 문제다. 단지 일시적인 힘의 균형을 위해 맺는 협정이라면 끝없는 의심과 배반을 걱정해야 한다. 그런 협정이라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이는 취약한 일시적 구조일 뿐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안보협력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눈앞의 계산보다는 두 나라가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연결돼야 한다. 한·일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다. 함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이웃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해결할 일이 있다. 두 나라가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일본이 과거 문제를 진정으로 반성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한다. 더 이상 독도 문제로 시비하는 일도 옳지 않다. 한국도 과거사에 얽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원한을 털고 마음을 열고 용서를 할 때다. 이렇게 진정한 사과와 용서가 있은 후에야 믿음이 생긴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안보협력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창극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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