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주부에서 돌잔치 사회자로 변신했어요





여행지에서 돌잔치로 무대 옮겨 웃음 주는 ‘아줌마 피터팬’







여성은 결혼 후 출산자녀양육 등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재취업을 희망하지만 경력 단절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김일심(48분당구 정자동)씨는 10년이란 장벽을 허물고 ‘돌잔치 사회자’란 새로운 일을 시작한 주부다. 다시 일을 한 지 2년 남짓. “일하는 순간 만큼은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의 도전담을 들어봤다.



40대 중반 주부, 돌잔치 사회자로 다시 시작



빨강 머리, 반짝반짝 빛나는 녹색 피터팬 의상이 눈길을 끈다. 김씨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직접 만든 옷이란다.



돌잔치 사회자로 나서기 전 그는 초등학교 1·5학년에 올라가는 두 아들의 어머니이자 평범한 주부였다. 결혼 후 미련 없이 일을 그만뒀던 그는 큰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재취업을 바라게 됐다. 남편의 사업이 계절을 타는 일이라 비수기에는 조금이라도 가정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 아이 교육비라도 벌고 싶었지만 40대 중반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유치원생인 둘째를 맡길 곳도 없었다.



그러던 중 초대받은 돌잔치에서 문득 ‘나도 재미있는 진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 여행가이드였던 그에게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낯설지 않았다. 김씨는 돌잔치 사회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카페, 블로그를 찾아 다니며 주부들의 평을 꼼꼼히 살폈다. 주말이면 유명 사회자가 진행하는 돌잔치를 찾아가 재치 있는 말을 받아 적었다. 입구에서 가로막히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파티돌잔치 사회자로 잘 알려진 팡팡파티 이유경씨와 스마일퀸 유지원씨에게 사회 교육을 받았다. 교육내용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김일심표 대본’을 만들었다.



열성과 주변의 도움으로 자신감 얻어



두 달쯤 지났을 무렵 인터넷 카페 ‘조은MC’를 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겁 없는 행동’이었지만 당시에는 자신감이 앞섰다. 첫 두 달은 무료로 진행을 해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초보자인 자신의 긴장감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모두 줄이고 싶어서였다. 분당·홍대·인천·일산 등 신청이 들어온 곳을 달려갔다. 셋째달은 가격 할인을 했다. 돌상업체와 연계해 돌잡이 무료 사회자로 따라다녔다. 20~30분이면 끝날 무료 사회를 1시간씩 진행했다.



4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카페에 조금씩 좋은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부모들의 좋은 평과 입 소문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해줬다. 남편, 시댁 식구들과 지인들의 격려도 힘이 됐다. “직업 잘 선택했다”며 건네주는 격려, 대본에 대한 충고는 물론 주변에 홍보를 해주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두 아이도 이웃이나 남편, 시댁에서 돌봐줬다.

 

엄마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행으로 호평



그 동안 김씨가 진행한 돌잔치는 150여 건. 신나는 시간을 보낸 잔치가 있었는가 하면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애를 먹은 잔치도 있었다. 손님이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거나 갑자기 아픈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기가 아파 수술 날짜를 잡아둔채 돌잔치를 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응급실에서 잠시 퇴원한 아기를 보며 손님 모두가 침울해 했다.



김씨는 “이런 때일수록 더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거나 과장된 행동으로 주변을 웃겼다. 그는 “돌발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여행가이드 경력 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의 격려는 일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라며 “스스로 엄마이기 때문에 부모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가 돌잔치를 앞둔 부모들에게 전하는 조언은 20여 가지다. 미리 모자 씌우는 연습을 하라, 엄마의 진한 메이크업에 아기가 놀라지 않도록 평소 화장을 해라, 1시간 전 도착하라 등등 모두 자신이 몰라서 애먹었던 일들이다. 돌잔치가 끝나면 카페에 자세한 후기를 남긴다. 돌잔치 때 너무 정신이 없었던 나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모들을 위해서다.



아기는 물론 부모, 손님을 모두 담은 현장사진 촬영 서비스도 같은 마음에서 한다. 잔치 1~2일 후에 올리는 사진은 한 달쯤 지나야 볼 수 있는 아기 사진을 기다리는 부모들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세탁비 1만원에 한복, 턱시도, 드레스 등의 대여도 시작했다. 사회비 15만원에 이런 저런 협찬을 하고 나면 수입이 준다며 주변에서 말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초보 엄마의 실수를 줄여주고 싶어 한다. 이 일을 시작한 후 “생기 넘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그는 “조금 일찍 시작하지 못 해 아쉽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사진설명] 40대 중반에 돌잔치 사회자로 나선 김일심씨. ‘돌잔치 사회자 김일심=피터팬’으로 기억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사진=최명헌 기자/촬영협조=무스쿠스 분당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